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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시의 원조, 과거제도

고려 초부터 조선 말까지 936년간 시행된 과거제도는 가문이 아니라 사람의 능력을 평가해 인재를 선발하던 제도였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입신양명의 지름길이라 글 읽을 형편이 되는 모든 이가 이 시험에 매달렸다. 
당시 과거시험 응시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커뮤니티 게시글 형태로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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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 결국 장수생 생활 그만뒀습니다.    
작성자 : 무명의 샌님  
작성 날짜 : 18○○년 ○월 ○일 


  "자극적인 제목을 적어 미안하오. 사실은 내 이 홍패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합격 성적은 보시다시피 병과(과거에서는 급제자의 성적을 갑, 을, 병으로 나누었고, 급제자 대다수가 병과를 받았다)입니다. 아마 제가 간신히 병과 문 닫고 붙었을 겁니다. 장원은 아니지만 나이 오십이 다 되어 증손 보기 전에 지긋지긋한 시험공부 끝내서 후련합니다. 무엇보다 가족과 조상님 볼 면목이 서서 기쁩니다.   

지금부터는 보잘 것 없지만 제 공부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경전을 암기할 땐 경서통을 이용했습니다. 통 안에 경전 구절 일부분이 적힌 대나무 조각을 넣어둔 다음 무작위로 뽑아 해당 구절 전체를 암송하고 해석했습니다. 

초집抄集, 책에서 문장을 발췌해 만든 요약집 활용도 적극 권장합니다. 학문을 깊이 공부하려면 책 전체를 읽는 편이 좋지만, 우리는 학문 연마가 아니라 급제를 목표로 합니다. 가뜩이나 볼 책이 많은데 공부량을 조금이라도 줄여야지요. 게다가 초집은 과거 시험에 최적화된 문장 참고서이기도 합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역대 급제자들의 모범 답안 초집을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하나 더. 책 한 글자라도 더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초시든 복시든 마지막 책문策問, 정치 계책을 묻는 과목 시험이 참 어렵지요. 독서하기도 바쁜데 나라 현안까지 알아야 자기 의견이 생길까 말까 하니까요. 그래도 과거가 나랏일 할 사람을 뽑는 시험인데, 내가 만약 국정을 운영한다면 사회문제를 어찌 해결할지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책에 너무 파묻히느라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부도 좋지만, 몸 건강은 물론 자존감 관리도 꼭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낙방하면 상심이 크겠지만 애초에 붙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생각하세요. 한 번 떨어지면 별시특별시험까지 1~2년, 이마저 없으면 3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응시자 중에는 고령인 분도 많을 테고 부자나 삼대가 함께 시험을 치는 일도 흔할 테지요. 평생 생원이나 진사로 살다 가는 이들도 많고요. 장원급제하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하늘의 뜻에 달린 영역이라고 봅니다. 우릴 믿고 뒷바라지 해주는 가족을 봐서라도 일단 마음 다잡고 최대한 빨리 붙는 걸 목표로 삼으세요.   

대리시험이니 뭐니 탈도 많지만 제대로 임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시험입니다. 모든 시험에서 장원급제했다는 전설적인 율곡 선생도 급제할 때까지는 여러 번 낙방했다지요. 하물며 율곡 선생과는 학문의 깊이가 다른 우리에겐 더욱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우리 남산골 샌님들, 청운의 꿈 이룰 때까지 다들 힘냅시다.


🖲 댓글 
1. 샌님번호 131328989 : 정말 감축드립니다. 귀공에게서 급제의 기운 받아갑니다.    
   ↳  무명의 샌님 : 님도 급제의 꿈 이루길 바랍니다.
2. 남산의 샌님들 : 급제 축하드립니다. 출세길만 걸으십시오.         
   ↳  무명의 샌님 : 님도 꼭 급제길 걸으시길 바랍니다. 
3. 예비샌님 : 예비 수험생인데 공부 방법이나 공부한 책들을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  무명의 샌님 : 저도 참고 서적은 택당 이식 선생이 추천한 도서들을 읽었으니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별로 도움은 안 되겠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제 초집을 공유하려 합니다. 님도 건승하십시오.

과거: 바늘구멍 통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