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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올림픽,

‘일회용 스키장’ 만드느라 500년 가리왕산을 헤집다

조선시대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가리왕산.
이곳 원시림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스키 활강장을 만드느라 잘려나갔다.
올림픽이 끝난 지 2년. 정부와 지자체는 복구를 약속했건만 아무 움직임도 없고 가리왕산은 헤집어진 채 묵묵히 하늘 아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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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천혜의 숲, 가리왕산을 헤집다 


🌳 생태 가치 높은 희귀식물이 살고 있었다
천혜天惠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베푼 은혜, 혹은 자연의 은혜. 가리왕산은 천혜의 숲을 간직한, 수많은 희귀식물이 깃든 곳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 식물인 눈측백, 나도옥잠화, 노랑무늬붓꽃, 금강애기나리, 도깨비부채 등의 서식지이고 각종 약초류가 풍부하며 꽃도 많아 벌꿀 산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왕사스래나무 자생군락지이며, 우리나라 최대 개벚지나무 군락지, 국내에서 유일한 주목 자생군락지이다. 이밖에도 거제수나무, 자작나무, 신갈나무 등 수많은 나무가 아름드리 어우러진 곳이다. 야생동물 60여 종과 희귀식물 120여 종이 가리왕산 숲에서 살고 있다.  


🌳 가리왕산이 천연 씨앗창고로 불리는 이유
바람이 불어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일 년 동안 평균 기온이 일정한 장소다. 이런 지형적 특징 덕분에 가리왕산 숲에는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나무와 풀이 어울려 살아간다. 
풍혈지역 나무들은 자생력이 넘쳐난다. 일 년 내내 숲의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니,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나무들도 겨울에 죽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나서 울창한 원시림을 조성한다. 가리왕산의 숲이 기후변화에 대비해 식물을 보존할 수 있는 천연 씨앗창고로 불리는 이유다. 가리왕산이 천혜의 숲이 될 수 있있던 큰 힘은, 이곳이 풍혈지역이라서 그렇다. 풍혈지역이란 여름에는 시원한


🌳 조선의 세종, 가리왕산 출입을 금하다
가리왕산의 귀중함은 조선시대에도 알아봤다. 세종은 가리왕산을 일반인이 함부로 출입하거나 벌목할 수 없는 봉산(封山)으로 지정했다. 500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으니, 가리왕산의 자연이 얼마나 잘 보존되었을지는 말해 뭐하겠나. 선조들이 자연 유산으로 물려준 가리왕산 숲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보호림으로, 원래는 민간을 포함한 일체의 국책사업 개발이 금지된 곳이다. 그런데 평창올림픽 때 이곳의 나무 약 5만 8500그루가 잘려나갔다. 특히 수령樹齡이 수백 년이 넘는 신갈나무 150그루, 음나무 37그루, 왕사스레나무 14그루, 전나무 12그루 모두 247그루도 베어졌다. 

숲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뱉어 지구 생명들을 끌어안는다. 이토록 고마운 숲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숲은 지구의 고생대 바다에서 기원했다. 바다 속에서 살아가던 원시 식물은 물밑 땅 속에 뿌리를 박고 살았다. 시간이 지나며 원시 식물의 몸 안에 물과 양분의 통로인 ‘도관’이라는 조직이 생겨났다. 식물은 도관을 갖추며 뿌리로부터 물을 흡수하고,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광합성을 도왔다. 
지금으로부터 42억 년 전, 물 밖으로 나와 땅에서 살아가는 식물이 나타났다. 최초의 육지 식물은 습한 곳에서 자라는 이끼였다. 그 다음에는 잎을 갖춘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들이 번성했다. 양치식물 전성기를 거쳐 종려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등 겉씨식물이 등장했다. 중생대 백악기에 이르러서 플라타너스 같은 활엽수와 각종 꽃 등 속씨식물이 나타나기 시작해, 우리가 아는 숲이 만들어졌다.


02 올림픽을 위해 수백 년 원시림을 밀다

🌳 다른 선택지가 있었지만 가리왕산 숲을 개발하기로 결정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며, 우리나라 올림픽위원회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대관령의 ‘알펜시아’라는 거점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모든 경기장을 짓겠다고 선전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가리왕산에 알파인 스키 슬로프를 건설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도리어 IOC가 원시림을 밀지 말고, 스키 경기를 다른 도시에서 개최해도 된다고 했다. 마침 인근 덕유산에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렸던 활강 경기장이 있었다. 그러나 강원도와 올림픽위원회는 기어코 가리왕산 개발을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