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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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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해설

<베짱이>,

개미도 베짱이도 인간은 저마다 어리석다

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읽은 우리는 베짱이의 어리석음을 손가락질하며 개미의 부지런함을 본받고자 한다.
그런데 체호프의 <베짱이>는 다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베짱이인 올가다.
개미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남편 드이모프와 베짱이처럼 파티와 예술에 빠져 사는 아내 올가의 이야기.
체호프는 올가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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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베짱이의 뒤늦은 후회

올가 이바노브나는 넘치는 허영심에도 어쩐 일인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그녀 주위에는 온갖 유명인사들이 넘쳐나서, 올가의 결혼식 날에는 화가, 작가, 음악가 같은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날 결혼식에 딱 한 남자만이 유독 아무런 특색 없이 평범했는데, 그는 올가의 남편 드이모프다.
잠깐 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떠올려 보면 작품을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쨍쨍 내리쬐는 해를 고스란히 맞아가며 성실하게 일한 개미는 겨우내 먹고 살 양식을 모았다. 베짱이는 여름 내내 그늘에서 노래만 부르다가, 추운 겨울이 되자 먹을 게 없어 개미에게 도움을 청한다.

<베짱이>의 줄거리도 꽤 단순하다. 결혼식 이후, 의사 드이모프는 월급은 적지만 매일 성실하게 일하며 공부에 매진한다. 올가는 저명한 예술가들과 매일 그림, 음악, 연극 등을 소재로 대화하며 어울리고 파티를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올가는 도통 예술에 관심이 없는 드이모프를 타박한다.

어느 여름, 올가는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천재 화가 랴보프스키와 사랑에 빠진다. 장장 반년 동안이나 이어진 외도를 두 사람의 친구들과 남편 드이모프는 물론 드이모프의 동료 의사들까지 모두 알게 되었을 무렵, 외도는 끝이 난다. 올가는 맹세하며 돌아온다. ‘그래, 이제는 드이모프와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사는 거야!’ 그날 올가를 맞이한 건 드이모프의 목소리뿐이다. 꼭 닫힌 방문 안에서 드이모프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다가 디프테리아에 감염되었다며, 상태가 위중하니 동료 의사 코로스텔료프를 데려오라고 올가에게 부탁한다. 이틀 뒤, 드이모프는 죽는다. 

겨울이 되어서야 양식이 없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베짱이처럼, 올가는 드이모프가 죽은 후에야 드이모프의 시신을 앞에 두고 뒤늦은 눈물을 흘린다. 
올가의 허영심은 참 어리석기 그지없다. 자기를 헌신적으로 사랑해주는 남편을 두고서 불나방처럼 랴보프스키와의 사랑에 빠져봐야,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라는 걸 올가는 왜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