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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

프랭크 웨스턴 벤슨,

파란색의 풍부한 표정, 여름 하늘의 ‘두 얼굴’을 담다

파란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의외로 많다. 가볍고 시원함, 차분함 혹은 우울함까지, 더구나 양 극단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신비의 색이다. 무엇보다도 무더운 여름, 하늘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시원한 색이다. 미국 인상주의를 이끈, 여름날의 푸르른 매력을 누구보다도 잘 살린 프랭크 웨스턴 벤슨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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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의 숨겨진 따사로움  

노랗고, 혹은 샛노랗고, 또 혹은 누리끼리한…. 한결같이 황색 계열이지만 어감에서부터 이미 ‘다른 색’으로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색이 그렇다. 파란색도 마찬가지. 하늘색, 감색, 쪽빛, 벽색…. 영어에도 파란색 계열을 나타내는 단어가 많다. 울트라마린, 코발트블루, 로열 블루, 세룰리안블루…. 블루라고 다 같은 블루가 아니다.  
파란색이 이렇게 많은 색으로 나뉘다니, 하긴 이미 파란색의 대표적인 자연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하늘부터 늘 똑같은 색을 품고 있지 않으니까. 계절마다 다르고, 날씨에 따라 다르고, 어떨 때는 그냥 내 마음에 따라 달라 보인다. 습기를 머금지 않은 맑은 날이라고 해도 계절마다 다른 얼굴이다. 봄의 하늘이 우유를 부은 듯 연한 하늘빛이라면, 가을 하늘은 유난히 더 높고, 짙고 맑은 남색이다. 겨울의 하늘빛은 일찍 어두워져서인가 대낮에도 왠지 회색을 머금은 듯하다. 
여름 하늘은? 가을의 짙푸른 남빛을 준비하는 듯 차가운 하늘색이지만, 한여름의 따사로운 햇빛 또한 가득 품고 있어서 명징하지만 따뜻하다. 벤슨은 이 여름 하늘의 ‘두 얼굴’을 잡아냈다. 빛으로 인한 색채 변화를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인상주의식 채색 기법이야말로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화폭에 담아내는 데 제격이었다.      
사진_<여름>(1909)

벤슨의 작품 <여름>을 보자. 저기 보이는 섬이 아니라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다. 수평선이 있는 이유겠지. 구름이 동무 삼은 여름 하늘은 더 없이 맑다. 한 손으로 태양을 가린 여인의 포즈 덕에 여름 태양이 내 눈으로도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기분이 난다. 더구나 그림 속, 아름다운 네 여인의 흰옷은 청한 하늘빛과 대조를 이뤄 청량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차가운 느낌의 푸른빛, 흰빛이지만 강렬한 한여름의 태양이 퍼붓는 열기도 느껴진다. 강렬한 여름 오후다. 
그의 작품에는 하늘과 물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 많다. 시원한 바람은 하늘에서만 불어오는 건 아니니까.
사진_<고요한 아침>(1904)

<고요한 아침>은 또 어떻고. 보기에도 시야가 환해지는 하늘과 물가, 유유히 배를 타며 강물을 쓸어보고 싶다. 손끝에 닿는 물은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울 것 같다.      

평범한 삶도 예술이 된다  

그의 인생은 그의 그림 속 맑은 하늘을 닮았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림 공부 또한 부모님의 지원 아래 안정적으로 마쳤다. 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경제력으로만 따진다면, 벤슨 말고도 인상주의 화가들 중에 유복한 집안 출신이 많았다. 인상주의가 초창기에 비주류로 분류돼 천대를 받았음에도, 화가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덕분에 작품 활동이 가능했을 것이고, 결국 인상주의는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유독 벤슨이 부러운 이유는, 그가 ‘살아생전’ 평론가와 대중들 양쪽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보스턴 미술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적지 않은 화가들이 생전에 저평가되는 불행을 겪었던 것과는 꽤 대조적이다. 
벤슨 작품 특유의 산뜻하고 따스한 분위기에는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 또한 한몫한다. 그림의 여인과 아이들은 대부분 아내와 자식들. 인물과 배경의 차분한 조화, 인물들의 표정에 드러난 안정감에서, 한눈에 ‘화목한 가정’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모델과 화가 모두의 행복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듯해,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도 평안하게 만든다.        
그의 그림 소재는 가족과 자연으로 나뉜다. 무엇보다도 벤슨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대상이었다. 흔히 평화로운 삶은 예술가에게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벤슨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는 야외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햇빛의 움직임에 따른 색채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했고, 이를 화폭에 옮겼다.
자연을 관찰하는 건 어릴 적부터 그의 취미이기도 했다. 어른이 되고 화가가 된 뒤에도 벤슨은 낚시나 사냥 등, 자연 속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겼다. 특히 그는 새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조류도감의 삽화를 그리고 싶어 화가가 되었을 정도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