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지식 |
국어사전에서는 제도를 ‘법이나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사회적 규약의 체계’라고 풀이한다. 인간이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치제도, 교육제도, 의료제도, 결혼제도, 가족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들이 필요하다. 다른 말로 하면 제도란 ‘사회생활에 필요한 일정한 방식, 기준 등을 정해 놓은 체계’이다. 현대사회에서 제도는 대부분 법의 형식을 띤다. 물론 제도는 법으로 규정해놓은 것 외에 관습이나 습속(習俗, 고유한 관습과 풍속)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넓다. 앞에서 예로 들었듯,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제도는 인간의 삶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태초부터 있어온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원시사회에는 제도라고 할 게 별로 없었는데 인간의 삶이 복잡해질수록 제도가 늘어났고, 오늘날에는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회가 필요하고, 사회는 제도 없이 유지되기 어렵다. 몇 사람만 모여도 행동의 규칙이 없으면 무질서해지기 때문이다. 제도는 인간의 삶을 보호해주고,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행동의 기준을 정해주어 격렬하게 대립해야 하는 부담과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하지만 제도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으며 때로는 개인을 억압하는 권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제도가 억압과 강제에 기초한 사회적 통제수단이므로, 제도를 개혁하고 제도의 범위와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제도의 긍정성과 불가피성을 피력하면서 제도의 부분적인 개선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 맞서왔다. 제도와 인간의 관계를 둘러싼 대표적인 논쟁은 독일의 철학자 겔렌과 아도르노의 논쟁이다. 두 사람 모두 제도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아도르노는 제도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억누른다는 점을, 겔렌은 인간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 다른 결론에 이른다.
독일의 철학자 아놀드 겔렌과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1950년대 제도의 문제에 대해 수차례 라디오 토론을 벌였다. 다음 구절은 제도에 대한 겔렌의 생각을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