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늘 한결같이 고정된, 정체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문화는 인근 문화의 영향을 받고 이를 받아들여 새롭게 변화, 발전해왔다. 또한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수용할 때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기존에 있던 문화를 새로운 문화로 완전히 대체하지도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통일되어 통일 신라가 되었을 때 당연히 삼국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섞이게 된다. 삼국은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불교를 받아들였다. 이 불교 문화가 통일 신라 시대에 와서 더 웅장하게 성장해간다. 불상은 화려해졌으며, 절도 훨씬 웅대해졌다. 이것이 문화의 속성이다.
물론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 어느 한 문화의 영향력이 더 강력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있을 때조차 단순히 다른 문화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자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제 서구의 음악과 악기를 수용한 아프리카 대중음악들은 여기에 자신들의 전통 악기와 음악적 요소들을 가미했다. 때로는 서구의 음악 리듬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새롭게 변형시키기도 한다. 서구의 문화가 힘을 발휘하더라도 자신들의 전통 문화의 관점에서 선택하고 해석한다면 새로운 문화가 창출될 수 있다. 결국 세계화 속의 문화 교류는 서구 문화 중심의 획일화 과정이 아니라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세계화를 겪으면서 각국의 문화가 서구화되어 모두 비슷해졌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문화의 차이와 지역적 다양성이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 세계화 이전에는 특정 지역의 문화를 널리 알릴 기회가 없었고, 문화 교류도 쉽지 않아 전통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었다. 다른 문화와의 충돌 속에서 생동감을 회복할 기회가 그만큼 적었던 것이다. 그 결과 전통적인 문화가 오히려 소멸되어 갔다.
세계화란 무엇인가? 세계화는 특정 지역의 문화를 오히려 발전시키고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김치를 비롯한 한식, 사물놀이와 같은 전통 음악이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일정 부분 세계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비서구화 사회의 문화가 서구사회에 유입돼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만일 상호 교류하는 과정에서 소멸하는 문화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현대사회에서 가치를 상실한 문화이거나 보편적 관점에서 수용하기 힘든 문화인 것이다. 세계화 과정에서 인류는 획일적인 문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를 찾아나서고 있다. 서구인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문화를 찾고 관광하며 소비하는 양상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