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경우 복지 수준도 낮지만, 복지에 관한 관점 자체가 잘못돼 있다. 오랫동안 선택적 복지 체제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복지를 시혜적인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 복지는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것으로, 그들을 돕는 것이 복지 정책이라는 관점이 녹아 있다. 이는 복지를 바라보는 그릇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복지는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적선이나 시혜가 아니다.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때 그 권리의 향유는 남녀노소, 지역, 인종, 빈부의 차이, 심지어는 납세 여부 등보다도 앞선 가치다. 따라서 복지는 가급적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아동과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보호자의 유무나 빈부와 상관없이 같은 수준의 복지를 누려야 한다. 복지가 하나의 권리가 아니라 온정에 의한 시혜라면 온정을 베푸는 이들의 아량에 따라 복지 수준이 결정되고 끊임없이 선정기준에 대한 논란이 빚어질 것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이처럼 누군가에 의해 좌우될 수는 없다.
더구나 선별적 복지는 기본적으로 평가와 감시를 동반한다. 복지 혜택의 대상이 되는지를 ‘평가’해야 하고, 지급대상이 되지 않는데도 복지혜택을 누리는지 ‘감시’해야 한다. 평가와 감시는 사회적 약자로 하여금 패배감, 사회적 박탈감, 위축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데 심각한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무상급식의 경우를 보자. 논쟁 초기에는 무상급식이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예산이 급식에 드는 비용으로 몰려 다른 필요한 부분에 쓰이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물론 교육예산 중 상당한 액수가 무상급식에 투여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선별적 급식의 경우,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데,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물론 모든 복지를 보편적 복지로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현대 복지국가의 의무라는 의미다.
지금 우리 사회의 시장경쟁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 승자독식의 양극화 사회는 수많은 구조적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자리는 불안정하고, 고용은 보장되지 않고, 자영업자는 대기업의 폭주에 밀려 생존이 어렵다. 취약계층과 타 계층의 경계도 모호하다.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다. 이렇다 보니,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져 국가의 재생산구조마저 위기에 몰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