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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읽기

<바비도> , 양심과 정의의 파수꾼 바비도,

부패한 권력에 항거하다

때는 1410년, 영국 헨리 4세 치하.
재봉 직공 바비도는 난공불락의 교회 권력과 도그마화한 이데올로기에 항거한다. 죽음이냐 굴복이냐 두 갈래 길에서 개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길을 선택한 바비도. 그의 몸은 스미필드사형장에서 연기와 더불어 사라졌지만, 그가 지키려 했던 양심과 정의는 푸르른 하늘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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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독자들은 난데없이 15세기 중세 암흑기 시절의 영국으로 이끌려간다. 소설의 배경과 이야기, 인물이 낯설다. 주인공 바비도는 광포한 권력의 칼바람에도 단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평범한 개인인 재봉직공 바비도가 분형[1]이라는, 참혹한 형벌을 앞에 두고도 어찌 그리 무쇠처럼 단단한 신념을 가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벽을 문이라고 내미는” 교회권력의 부패를 말하지만 시대적 상황도 구체적이지 않다. 알쏭달쏭. 조금 낯선 형식의 소설이다. 

김성한의 <바비도>는 바비도라는 이름의 재봉 직공이 15세기 영국 교회의 폭압적 권위와 부패한 절대권력에 항거하다 분형당한다는 줄거리의 단편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라는 범주에 끼워넣기도 어렵다. 작가 김성한은 이 소설에서 역사적 전형성이나 리얼리즘적 전형성 대신 우화적 전형성을 선택한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다는데, 바비도는 살아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고, 어떤 주제를 내보이기 위해 가공된 인물처럼 보인다. 
교과서적 설명을 보태면, 이 작품은 부패한 권력에 굴하지 않는 바비도를 통해 정의와 양심이라는 인간적 가치의 존귀함을 드러내고 있고, 동시에 당대 한국의 독재권력을 비판하는 우화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한다. 

권력은 힘의 유지에, 백성은 생명 보전이라는 동물적 본능에…

재봉직공 바비도가 살던 15세기 초엽 헨리 4세 치하의 영국은 죽음의 공포에 휩쓸렸다. 소설은 시대 상황을 숨도 고르지 않고 설명한다. 교회가 자신의 권력이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해 백성들을 의식화하는 영역[2] 복음서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종교재판소를 열어 저항 세력을 처단하고 있음을. 주인공 바비도는 이 위험한 영역 복음서 비밀독회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면, 당시 영국사회는 밖으로는 백년전쟁, 안으로는 종교개혁의 거센 파도가 일던 격동기였다. 특히 사제들의 부패가 극에 달해 민중의 원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교회는 권력 유지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우선 당시 사제들은 라틴어를 읽고 쓰는 능력으로 지식을 독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영역 복음서를 읽는 행위는 교회 권력에 도전하는 명백한 저항행위였으므로 철저히 차단하였다. 즉, 소설에 드러난 라틴어와 영어의 대립은 단순한 언어의 차이가 아니었다. 당대 권력 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