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여정 대학로 학림다방 ⇨ 낙산공원 ⇨ 이화벽화마을 ⇨ 창신동 이음피움봉제역사관
나들이란 푸우우 뿜으면 솟아 나오는 색색의 비눗방울처럼 철없을 만큼 경쾌한 것이어야 한다만. 나들이를 취재하려니 일인지 나들이인지 경계도 모호하고 거기에다 뭔가에 쫓기는 마음마저 들어 그날은 조금 시들한 기분이었다. 더구나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한 데다가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과 공기마저 무거웠다. 낙산공원을 거쳐 창신동을 가겠다고 대략적인 윤곽은 잡았지만 노정路程은 세밀하지 않았다. 낙산공원과 이화동 벽화마을은 이렇게 저렇게 너무 많이 소비된 콘텐츠라서 과연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대학로는 토요일 오후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한산했다. 오늘의 동행인 M에게 “학림다방 가서 비엔나 커피 마셔요.”라고 운을 뗐다. 안부도 묻고 어디로 어떻게 다닐지 얘기를 나눌 참이었다.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학림다방을 그날 여행의 출발지로 정해뒀던 것 같다. 며칠 전 읽은 신문기사가 이 공간을 다시 상기시켰던 탓이다. 주인장 이충열씨가 30년 학림다방의 역사를 담은 사진전을 청운동 류가헌에서 연다는 기사였다.
학림다방은 1956년에 문을 열었고, 서울대 문리생들의 아지트였다. 지금이야 서울대 하면 관악을 떠올리지만 70년대 중반까지는 동숭동이 주 캠퍼스였다. 그러니까 학림다방은, 학교 앞에 있는 평범한 다방이었을 것이다. 70년대 중반 서울대가 이전하고, 83년에 다방이 매각되면서 쇠락해가던 걸 지금의 주인 이충열씨가 87년 인수해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되돌려놨다. 전혜린, 김민기, 김광석, 송강호 등 유명한 문학가, 평론가, 연극인 등이 드나들었고. 그래서 학림다방의 역사는 60여 년이 넘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