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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해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기후위기 시대의 새해 결심

시인 유치환은 <향수>에서 “희망은 해진 주머니로도 흘러간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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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 12월의 어깨 위에 제법 많은 첫눈이 내렸다. 살을 에는 강추위도 예고됐다. 사람들은 가야 할 곳을 잃어버린 것처럼 멈춰 섰고, 만날 사람을 멀리하면서 적막해졌다. 밤 아홉 시 이후엔 거리가 텅 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낮에도 그럴 것이다. 첫눈은 그렇게 내렸다. 희망을 밀쳐낸 두려움의 여백 위에, 주인이 사라진 시간과 공간의 추상 속에 내렸다. 나는 하얗게 쌓인 첫눈을 보면서 사람들이 없는 거리에 내려앉은 ‘선한 유령’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주아주 강력하다. 인간들의 대응은 어디서나 속수무책이다. 겨울이 되면서 세계가 깜짝 놀란 K-방역의 신화도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전염성도 강하고 웬만한 규모의 전쟁을 치른 것처럼 전 세계에서 목숨을 앗아간다. 바이러스가 위협하는 건 우리의 육체만이 아니다. 경제도, 정치도, 문화도, 마음도 유린한다. 모든 생활방식이 혼란을 겪는다. 당연한 줄 알았던 등교도, 출근도 할 수가 없다. 송년 모임이나 크리스마스 파티는 언감생심이다. 결혼도, 장례도 마음을 다해 축복하거나 추모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자가격리 때문에 크리스마스로부터 2주일이 지난 1월 9일에나 선물을 나눠줄 수 있다는 소문마저 퍼진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많은 과학자가 이러한 현상을 자연의 보복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광범위하게 파괴해 왔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만한 곳이 못 된다. 우리가 너무 많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높였다. 자연이 버티는 온도 증가의 마지노선은 섭씨 2도인데 벌써 1도 이상 높아졌다. 빙하가 녹아내린다. 온도가 오르자 식물들은 제자리에서 자라지 못하고 서식지를 옮기고 있으며, 어류들은 더 차가운 물을 찾아 이동한다. 나비와 잠자리의 개체 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나빠지면 식물은 번식을 위해 몸부림을 친다. 일 년에 한 번만 피어야 할 넝쿨장미가 6월에도 피고 11월에도 핀다. 남산의 솔방울은 평상시의 두 배 이상 달린다. 그렇게 견디고 견디다가 아예 서식지를 바꾸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단 1%의 영향도 미치지 않은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 시민들은 기후위기 때문에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또 어떤 나라의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나고 자란 고향이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이것은 유럽과 미국의 첨예한 정치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