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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품은 성벽

조선 시대부터 600여 년간 국토의 심장 역할을 해 온 서울. 서울이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옛 성벽이 허물어진 탓도 있지만, 현대에 와서 서울이 한강 이남 지역까지 넓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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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의 성벽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조선 건국 직후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던 이야기부터 해볼까? 
당시 조정에 있던 한 신하의 일기로 재구성해 보았다.


1394년 8월 30일   

임금께서는 새 나라 조선에 새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도읍을 옮기고 싶어 하셨다. 천도 이야기는 조선이 건국되자마자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국 직후 나라가 혼란한 상황에서 천도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해가 바뀌자 다시 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때 유력한 후보지는 계룡산 남쪽이었다. 산 모양이 왕을 상징하는 용과 같고, 봉우리가 이어져 외적을 방어하기에도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지만 임금께서는 천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예로부터 왕조가 바뀌면 하늘의 뜻을 받은 군주는 반드시 도읍을 옮기기 마련이고, 내 후계자가 도읍을 옮기려 해도 대신이 옳지 않다고 막는다면 어찌 도읍을 옮길 수 있겠느냐.”

임금께선 직접 계룡산을 닷새 동안 둘러보시더니, 마음에 드셨는지 궁궐 터를 다지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도읍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계룡산 일대는 하천과도 멀고, 너무 남쪽에 치우쳐 있어 다른 지역에 통치력이 미치기 어렵단 이유였다. 풍수지리상으로도 좋지 않았다. 결국 두 달 만에 공사가 중지됐고, 임금께선 새로운 도읍지를 알아봤다. 무악(​지금의 서울 연희동 일대​)이 새 후보지로 추천됐지만 이 역시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수도가 되기엔 땅이 좁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