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한동안 막걸리만 먹었다 하면 “만주 땅은 우리 땅”을 외쳐댔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 노래가 가장 유행하던 시절에 한국 사람들은 만주 땅에 갈 수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만주가 실제로 어떤 곳인지 잘 알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말하자면 만주에 대한 민족주의적 상상과 현실적 인식이 완전히 분리되었던 것이다.
우리와 만주의 현실적 관계를 찾아보자면, 만주에 있었던 게 분명한 고조선과 고구려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지금은 만주가 우리 땅이 아니고 중국 땅이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만주는 아주 오랫동안 중국 땅도 아니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중국 잡지를 들춰보면, 청나라(만주족)로부터 중국을 되찾기 위해 애쓰던 대부분의 한족 지식인들이 만주를 중국의 영토로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글들이 수두룩하다. 당시 그들에게 만주는 청나라 만주족을 쫓아내야 할 저 변방의 땅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만주는 언제, 어떻게 중국이 되었던 것일까? 만주를 여전히 척박하고 궁벽진 변방의 땅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금방 수긍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만주가 중국이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근대 중국의 성립 과정을 이해하는 데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동북아의 대격변은 사실 ‘만주’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만주 벌판은 수많은 민족이 번갈아 번성하고 쇠퇴해간 곳이었다. 그 옛날 고조선과 고구려 그리고 발해가 있었고, 흉노와 선비와 말갈, 돌궐이 한때 그 땅의 주역이었으며, 거란과 여진이 차례로 만주에서 힘을 키웠다. 아마도 만주는 동북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가장 세력 교체가 잦았던 땅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면면히 이어져 온 역동성이 만주의 힘이자 고유한 특성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