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즐겁게 보는 학생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겠지만, ‘SK와이번스’라는 프로야구단이 신세계에 팔렸다는 소식은 다들 뉴스에서 들었을 거야. 야구계에서는 꽤나 빅뉴스였는데, 모기업 SK그룹이 멀쩡한데도 야구단이 팔려서 사람들이 놀랐어. 모기업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자금을 대주는 기업을 말해. 쉽게 말해서 쓸 돈을 주는 엄마 기업이란 뜻이지.
프로야구단도 어엿한 기업인데 모기업이 필요한 이유는 경기 입장료 수입이나 중계권료만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힘들어서야. 한마디로 매년 장사를 해도 적자가 날 뿐인 기업이란 말이지. 보통 적자가 누적되면 기업이 문을 닫게 되는데, 프로야구단은 모기업이 광고료 명목으로 돈을 지원해줘서 운영이 가능한 특징을 보여. 이번에 SK그룹이 프로야구단을 판 것은 SK와이번스가 적자기업이고, 또 SK그룹에선 특별히 프로야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야구단을 계속 운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생각이 돼.
SK와이번스를 사들인 신세계 그룹은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를 전국에 보유한 유통 기업이야. 신세계는 프로야구와 레저, 쇼핑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모양이야. 사람들이 야구를 보면서 레저도 즐기고 쇼핑도 하는 일종의 테마파크를 만들려는 거지. 프로야구단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야심차게 계획한 거야. 이렇게 보면 통신 그룹인 SK는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돈을 벌 방법이 별로 없지만, 신세계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지.
서두에 프로야구단 매각 소식을 길게 이야기한 건 기업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였어.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이윤 추구’를 위해서야. 기업은 무슨 숭고한 뜻을 따르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야. 우리는 무언가의 목적이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뭔가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곤 하는데, 경제를 공부할 땐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 기업은 그냥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기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삼성이나 현대, LG 같은 대기업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한 곳은 규모가 크든 작든 전부 기업에 속해. 우리 부모님이 돈을 벌려고 동네에 빵집을 차렸다고 해보자. 그러면 부모님은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장사를 시작할 거야. 사업자등록은 이제부터 장사를 하면서 세금을 내겠다고 정부 기관에 신고하는 절차라 생각하면 돼. 그러니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이라면 운영하는 사업 규모가 크든 작든 모두 기업가라고 할 수 있지.
소규모 사업체를 가리켜 특별히 자영업(自營業)이라는 말을 쓰기도 해. 자영업은 스스로(自) 운영하는(營) 기업(業)이란 뜻이야. 보통 직원 없이 자기 혼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할 때 이 표현을 써. 이런 경우에는 운영하는 사람의 기술력이나 장사 수완 등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크게 좌우하겠지? 그러니 만약에 혼자서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서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점검해 봐야 해.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프랜차이즈가 있어. 프랜차이즈는 대기업이 통일한 상호 아래 전국에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특징을 지녀. 아까 예로 든 빵집을 보면, 요즘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빵집은 거의 다 사라지고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 같은 프랜차이즈가 전국 빵집 시장을 장악했지. 그만큼 어느 개인이 실력으로 대기업을 이기기 힘들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야. 프랜차이즈 빵집은 거의 완성된 형태의 빵을 아침에 각 지점에 배달하고, 매장에서는 매뉴얼에 따라 조금만 더 완성해서 팔면 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돼. 그래서 전국 어디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든 동일한 빵 맛을 느낄 수 있지.
사진출처_파리바게트 홈페이지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시장경쟁력이 충분하다 싶으면 독자적으로 가게를 차리면 되지만, 내게 그런 실력이나 노하우가 없다면 대기업의 경영과 기술 덕을 보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편이 낫지. 하지만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면 본사에 수익 일부분을 떼어줘야 하니 당연히 자영업을 할 때보다 수입이 줄어들겠지?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렇게 경영기법과 기술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생산한다고 보면 돼. 부가가치를 생산한다는 말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한마디로 앞에서 말한 이윤을 남긴다는 거야. 뭔가 새로운 가치를 추가로 만들고 그걸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이지.
기존에 이미 있는 사업 중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를 골라 사업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어. 이런 새로운 시장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표현해. 블루오션이란 말 그대로 푸른 바다라는 뜻인데, 푸른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듯 아무런 경쟁자 없이 나 홀로 사업을 하는 분야를 말해. 사업가들에게는 꿈의 시장이지.
블루오션과 반대되는 개념으론 레드오션(Red Ocean)이란 말이 있어. 레드오션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 경쟁자가 많은 것을 의미하지. 가령 편의점을 차린다고 해보자. 전국 곳곳의 목 좋은 곳에 편의점이 들어서지 않은 곳은 아마 없을 거야. 그러니 편의점을 차리게 되면 기존 가게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지. 이런 시장이 바로 레드오션이야. 음식점도 마찬가지야. 새로운 음식점을 차릴 때 내 손맛이 탁월해야만 성공하지 안 그러면 실패할 수밖에 없어. 이미 기존의 맛집들이 곳곳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깐.
그런데 블루오션을 개척한 사람이 별 노력 없이 돈을 쉽게 벌었다고 생각하면 안 돼. 신생 시장이 열렸을 때 용감하게 그 분야에 달려들 수 있는 마음과 폭넓은 시야를 지녀야만 블루오션에서 이익을 볼 수 있거든. 선생님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상습적으로 차가 막히는 구간에 어김없이 나타나 오징어랑 음료수를 파는 사람 중 최초로 이 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하는 거야. 비록 크게 이름을 날리진 않았지만 자기만의 블루오션을 개척할 줄 알았던 사람이 아닐까 싶어. 이런 블루오션에서는 오래 이득을 얻지는 못하겠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따라 하는 사람이 여럿 생기니까. 지금 도로에서 음료수를 파는 사람은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던 사람만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