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단순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닌,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담은 물건이나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 본 것도 같고…. 많은 사람이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혹하는 이유 역시 순수미술과는 달리 삶의 필요성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게 멋있어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러나 음식은 배부르기만 하면 안 되는 법. 결국에는 맛있는 음식이 감동을 끌어내는 것처럼, 교과서적인 디자인보다는 매력적인 디자인이 세상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디자인은 음식처럼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직접 보면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까? 뭐니뭐니해도 가장 규모가 크면서 우리의 삶에 총체적으로 관여하는 건 건축 디자인이다. 그중에서도 지금 세계 건축 디자인의 흐름을 이끌고, 우리에게 익숙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를 디자인한 자하 모하마드 하디드Zaha Mohammad Hadid를 살펴보도록 하자.
지금이야 좀 덜하지만,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이 건물을 보고 당혹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양이 건물이라기보다는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들어가면 정말 우주로 납치될 것 같아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건물 내부는 정말 우주선의 내부 같다. 벽은 기울어져서 금방 무너질 것 같고, 천정에는 조명이 없고 벽면을 타고 빛이 흐르고 있다. 어디에서도 수직선이나 수평선을 볼 수 없는 구조로 마치 SF영화에 들어온 것 같다.
이런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이 테마파크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한 건물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형태가 현대 조각을 뺨칠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의 외형은 전부 3차원적으로 휘어지는 비정형일정한 형태나 형식이 정해지지 않음의 곡면으로 이루어졌는데, 곡선의 율동이 강해서 보는 사람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천천히 흐르다가도 격렬한 곡률로 방향을 급선회하기도 하고, 그렇게 휘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히 흐른다. 이러한 특징은 DDP를 건물이기 이전에 하나의 빼어난 조각품으로 만들고 있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 자하 하디드 건축의 조형성은 건축의 범위를 한참이나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