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지도나 지리 하면 절 떠올려 주니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 제작에는 많은 사람의 머리와 손이 필요한데, 제가 그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허허허, 지도의 매력은 정말 많지만, 다 늘어놨다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거 같아 몇 가지만 꼽겠습니다.
우선 지도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산이나 강이 똑같이 위치해 있는 게 신기하지요. 또 지도 속 세상이 아직 못 가본 곳이라면, 그곳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지도가 그린 사람의 ‘생각’도 담을 수 있더군요. 그래서 <천하도>처럼 가상의 세계를 담아낸 지도도 있지요. 근데 실재하는 땅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로 제작자의 생각이 담겨요. 실재하는 땅이라도 크기나 모양이 실제보다 달라지거나 아예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기도 해요. 조선 초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는 중국이 지도 중심에 놓여 있어,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었다는 당시 세계관이 녹아 있지요. 또 우리 땅이 일본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는가 하면,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도 간단하게 그려져 있어요.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과 남반구는 없죠? 이때는 아직 유럽 사람들도 신대륙의 존재를 몰랐으니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자세한 지도를 그리고 싶다면, 지도 그리는 사람이 많이 알아야 해요. 다만 정확하면서도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그리는 게 중요하고요. 그래야 지도를 읽는 많은 사람들이 지도 속 세상을 쉽게 파악하고, 세상에 대해 바로 알 수 있지요. 또 나중에 지도 속에서 본 세상을 실제로 만날 때 반갑지 않겠습니까. 저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도에서 기대와 설렘, 세상을 깨우치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