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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김정호,

"지도는 제작자의 메신저"

우리 나라 지도의 역사, 라고 하면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가 떠오른다. <대동여지도 : 126 목판에 새긴 우리 땅 이야기>를 참조해서 가상인터뷰를 꾸며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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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 자리에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도나 지리 하면 절 떠올려 주니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 제작에는 많은 사람의 머리와 손이 필요한데, 제가 그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 겸손한 말씀이십니다. 평생을 지도 제작에 바치신 만큼 누구보다 지도에 흠뻑 빠지셨을 텐데,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허허허, 지도의 매력은 정말 많지만, 다 늘어놨다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거 같아 몇 가지만 꼽겠습니다.
우선 지도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산이나 강이 똑같이 위치해 있는 게 신기하지요. 또 지도 속 세상이 아직 못 가본 곳이라면, 그곳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지도가 그린 사람의 ‘생각’도 담을 수 있더군요. 그래서 <천하도>처럼 가상의 세계를 담아낸 지도도 있지요. 근데 실재하는 땅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로 제작자의 생각이 담겨요. 실재하는 땅이라도 크기나 모양이 실제보다 달라지거나 아예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기도 해요. 조선 초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는 중국이 지도 중심에 놓여 있어,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었다는 당시 세계관이 녹아 있지요. 또 우리 땅이 일본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는가 하면,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도 간단하게 그려져 있어요.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과 남반구는 없죠? 이때는 아직 유럽 사람들도 신대륙의 존재를 몰랐으니까요.  

 사진_천하도

🙂 ‘아는 만큼’ 지도에 나타나는 거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자세한 지도를 그리고 싶다면, 지도 그리는 사람이 많이 알아야 해요. 다만 정확하면서도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그리는 게 중요하고요. 그래야 지도를 읽는 많은 사람들이 지도 속 세상을 쉽게 파악하고, 세상에 대해 바로 알 수 있지요. 또 나중에 지도 속에서 본 세상을 실제로 만날 때 반갑지 않겠습니까. 저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도에서 기대와 설렘, 세상을 깨우치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랐습니다.

🙂 현지답사도 많이 필요했겠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사시사철 전국을 누비셨던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