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이었다. 마켓컬리가 지금처럼 전지현을 내세워 전면적인 TV 광고를 하기 한참 전이었고, 쿠팡의 로켓프레시나 신세계 쓱배송 같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스템이 아직 등장하기 전이었다. 일하면서 밥을 해먹고 다니는 게 쉽지가 않았다.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라 더 신경이 쓰였는데 그러다 마켓컬리에 대한 기사를 읽고, ‘아 이거다’ 싶었다. 오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이면 현관문 앞에 배달을 해준다니.
어느 금요일 사무실에서 몇 가지 물품을 주문했다.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상대적으로 식재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고, 그 음식을 직접 할 때 드는 노력을 감안하면 괜찮다 싶었다. 열무김치와 잡채, 깻잎장아찌 같은 반찬류와 설렁탕 같은 탕류와 고기였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핸드폰 메시지로 현관 앞 물품 사진을 보내놓았고, 몇 개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품은 맘에 들었다. 파는 반찬치고는 맛도 괜찮았고. 그런데 문제는 쓰레기였다. 몇 백 그램 안 되는 열무김치는 보냉재 두서너 개와 함께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었다. 반찬을 담은 용기는 모두 플라스틱이었고, 그것들 역시 열무김치처럼 담아져 왔다. 반찬통에 반찬들을 옮겨놓고 나니 플라스틱이 잔뜩 나왔다, 나는 그날 지구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계속 이런 식의 쇼핑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 후 마켓컬리를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꼭 필요한 물건은 근처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에서 샀고, 식재료는 거의 단지 안에 있는 마트를 이용했다. 가끔 장바구니가 무겁기는 했지만, 늘 의자에 앉혀만 두는 몸을 조금 쓰는 게 낫지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