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전’이 된 외국의 수수께끼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수술실에 실려 왔습니다. 곧이어 수술실에 온 외과의사는 남자아이를 보고 깜짝 놀라 ‘우리 아들!’이라 소리쳤습니다. 의사와 남자아이는 어떤 관계일까요?’
정답은 ‘외과의사가 환자의 어머니’입니다. 물론 아버지가 둘인 가정의 아들일 수도 있겠네요.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아진 지금은 전문직 여성을 떠올리는 일이 자연스럽죠. 하지만 3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응답이 많았답니다. ‘의사는 환자의 계부 혹은 대부(代父: 종교에서의 남성 후원자)’. ‘외과의사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남자답게/여자답게’로 요약되는 성 역할 고정관념은 생활 모든 영역에 스며 있어 각종 억압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힘든 일은 남자 몫, 집안일은 여자 몫. 남자는 강하고 이성적, 여자는 여리고 감정적, 남자가 꾸미는 건 우스운 일이지만, 여자는 외모를 가꿔야 한다 등.
이러한 성 역할 고정관념의 근거로 삼는 것은 신체 혹은 체력 같은 생물학적 요소이거나, 심리적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유명한 사례를 소개할게요.
스탠포드대 심리학자 클로드 스틸은 1999년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참가자를 성별로 나누어 각각의 집단에게 어려운 수학 시험을 치르게 했습니다. 첫번째 시험에서는 여성들의 평균 점수가 남성들보다 낮았습니다. 스틸은 ‘여성은 수학을 못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들이 긴장했단 걸 간파했죠. 그리고 두 번째 시험 시작 전, 스틸은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시험이 성차를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러자 이번에는 양쪽 골고루 좋은 성적이 나왔습니다.
한 개인은 여러가지 특징을 골고루 갖고 있어 같은 생물학적 성별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도 개인차가 큽니다. 개인을 설명할 때 성별이 전부가 아니듯, 몇몇의 특성으로 성별 전체의 특성을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