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때, 특별활동으로 바둑을 선택했다. 처음 바둑을 배우고 돌아온 나는 집에 돌아와 엄마 아빠에게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 순간을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부모님의 얼굴을 스쳐 가던 묘한 웃음. 살면서 처음으로 꿈을 가진 순간이었다.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 뒤로,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학교 안에 적수가 없어지자 동네 바둑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계속 바둑을 두었고, 실력도 점점 올라갔다.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우기 위해 프로기사를 스승으로 두었다. 바둑 연구실에서 하루 반나절을 보냈다. 학교가 끝나고 홀로 지하철을 타고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면 해가 다 질 때쯤에야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벽과 마주했다. 실력은 제자리였고, 지는 날이 많아지자 점점 바둑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의 바둑 프로 지망생들이 모여 겨루는 ‘한바연’이라는 리그가 있다. 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라, 지금까지는 다 이길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대한생명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바둑대회가 있었다. 예선 탈락을 하고 터덜터덜 걸어서 대회장을 빠져나오는데, 멀리서 마중나온 엄마가 보였다. 고개를 떨구었다. 엄마는 괜찮다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는데, 나는 왠지 눈물이 났다. 그 순간 절감했다. 최고가 될 수는 없겠구나 하고. 그래서 바둑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그 길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