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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 비운의 재즈 뮤지션

노래하라, 노래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린 패배한 것이다

피아노 선율을 따라 노래하는 쳇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새벽의 유리잔처럼 차갑다. 쳇의 음악은 그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선 함구한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을 정복하는 쓸쓸함은 바로 여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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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재즈에 ‘재미없는 음악’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록을 좋아했던 중학생 때 재즈는 어딘가 밋밋하고 젠 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시절 학교 재즈 밴드에서 기타를 치게 되면서 자연스레 재즈 음악들을 접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끌린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밴드 안에서도 재즈 음악보다는 블루스 느낌이 나는 노래들을 연주할 때가 더 즐거웠다.

본 투 비 블루 

쳇 베이커를 만난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언덕길의 아폴론>이라는, 1960년대 일본의 시골 마을에서 재즈를 하는 고등학생 두 명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보던 중이었다. 그들의 쿼텟(4중주단)이 동네의 바에서 연주를 하는 장면이었다. 

술집엔 미군들이 많이 있다. 연주를 듣던 중 술에 취한 한 백인이, “연주를 할 거면 더 백인다운 걸 연주해라!” 라고 소리치자 드러머는 화가 나서 그에게 달려들려고 한다. 트럼펫 연주자는 그를 말리고는 피아노와 듀엣으로 노래 하나를 연주한다. 그 노래의 제목은 ‘벗 낫 포미But not for me’였다. 담담한 선율에 매료된 나는 인터넷에 들어가 원곡을 찾았다. 머리를 말쑥하게 올린 사내가 흑백 화면 속에서 트럼펫을 든 채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가 쳇이었다.

쳇 베이커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의 제목 <본 투 비 블루> 우울하기 위해 태어난보다 그의 삶을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프레이즈는 없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 트럼펫에 재능을 보인 그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오디션에서 당대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의 눈에 들면서 본격적으로 음악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캐리 멀리건과 함께한 쿼텟에서 발매한 음반의 성공, 그 이후로 발매된 솔로 앨범 ‘쳇 베이커 싱스Chet Baker Sings’가크게 히트를 치며 그는 일약 스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