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권력과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를 예고한, 21세기 최고의 미래소설입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T자형 자동차 생산년도1913년를 기점으로 하는 ‘포드 기원’을 씁니다. 포드기원 632년, 전 세계는 세계국가로 통합됩니다. 헉슬리가 창조한 ‘멋진 신세계’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인간을 ‘출산’하지 않고 ‘생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것도 ‘포드 시스템’의 컨베이어벨트로 연결해서 태아를 배양, 유리병에 담아 인간을 ‘대량생산’한다는 설정이었지요.
왜 하필 ‘포드 기원’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생산 시스템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20세기의 지배적인 생산 형태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뭐라고?’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인간소외, 시뮬라시옹 등 인문학적 담론을 잘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대량생산과 소비’가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서 출발해 그 의미를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고 있을 만큼 의의가 큽니다.
흔히 “생산 공장” 하면 컨베이어벨트 앞에 노동자들이 늘어서서 종일 똑같은 노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풍경을 떠올릴 겁니다. 이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낯익은 풍경이지만, 포드 자동차가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그야말로 낯선 광경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노동자들이 공구를 들고 작업대로 가서 제품을 만들고 조립하던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1936년)라는 영화를 아는지요? 떠돌이 노동자 채플린은 공장 노동자로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부지런히 일을 합니다. 사장은 빨리 생산하라고 계속 지시를 내리죠. 떠돌이 노동자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쉴 새 없이 나사를 조이다, 나사처럼 생긴 것은 무엇이든 조이려는 정신병에 걸려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거대한 기계에 맞물려 있는 떠돌이 노동자의 모습은 대량생산이 인간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극단적인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를 풍자합니다.
포드주의Fordism는 포드의 T자형 자동차를 만들어낸 포드 시스템에서 유래했는데요, 조립라인컨베이어벨트 및 공정 기술을 연속적으로 만들어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대량생산을 통해 이익을 많이 창출해서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면, 다시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을 바탕으로 대량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그야
말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구조입니다. 포드에서 시작된 포드주의는 유럽으로, 소비에트혁명 후 건설기의 소련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 제3세계 국가로 확산되면서 자본주의 황금기를 추동합니다.
하지만 포드주의는 1960년대 후반을 경유하며 위기를 맞습니다. 포드주의가 촉발한 대량생산은 어쩔 수 없이 에너지, 자원 고갈이라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량소비에 익숙한 사람들이 불필요한 물건을 사들이거나 교체해서 엄청난 생활폐기물을 만들어내 결국엔 생태 환경을 위협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변하면서 포드시스템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단순 반복적인 비인간적인 노동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소외시켜 갖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포드주의가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출발해 성장했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그 대안으로 등장한 포스트 포드주의가 과연 포드주의의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알아봅시다. 더불어 포드주의가 야기한 인간소외, 비인간화된 인간의 노동이 보다 인간적인 노동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19세기를 상징하는 교통수단은 철도이고, 20세기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동차입니다. 특히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1908년 가솔린 자동차 ‘모델 T’를 생산해냄으로써 동시대 경쟁 관계에 있던 전기 자동차, 증기 자동차를 추월합니다. 포드의 ‘모델 T’는 ‘플리버Flivver’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는데 ‘싸구려 자동차’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다른 회사의 자동차 값이 평균 2천 달러였던 데 반해 포드의 ‘모델 T’는 825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합금강을 사용해 가볍고도 견고하면서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모델 T’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최고의 기술로,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헨리 포드의 장담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었을까요?
바로 대량생산 체제의 구축, 즉, 포드 시스템의 도입입니다. 숙련된 노동자들이 공구를 들고 일일이 작업대를 찾아다니던 작업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세분화한 것이죠. 포드는 19세기 말 미국의 엔지니어 테일러Frederick W. Taylor가 제안한 ‘과학적인 관리 기법(일명 테일러리즘)’의 영향을 받습니다. 테일러리즘테일러주의은 노동자의 세세한 작업 동작을 초시계로 측정해 반복작업을 표준화하고, 이러한 ‘시간동작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헨리 포드는 테일러리즘을 현실화해냅니다. 복잡한 생산 공정을 단순하고 엄밀하게 세분화, 파편화시켜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라도 누구든 현장에 투입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냅니다. 1910년 신축한 4층짜리 하이랜드 파크 공장은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최신식 공장으로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작업이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또 1913년에는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된 조립라인을 구축해 기계적 생산 시스템을 갖추면서 포드사의 생산성은 급속히 향상됩니다. 1910년 1만 9,000대에 불과했던 생산 대수가 1913년에는 무려 24만 8,000대로 급증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져 나옵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노동자들이 단순 작업만을 반복하게 되자 이직하는 노동자가 속출했습니다.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의 떠돌이 노동자처럼 종일 나사 조이는 작업 같은 단순 작업은 노동자를 철저히 노동기계로, 하나의 사물로 대치해버렸던 것입니다. 포드사는 1913년 한 해 동안 100명의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해 무려 963명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포드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새 방안을 찾아냅니다. 바로 임금인상이었습니다. 포드사는 1914년 ‘일당 5달러’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임금의 두 배를 보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포드사는 ‘사회부’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인간관계를 비롯한 가족 상황, 경제 여건 등을 조사했고, 이를 통해 노동자가 일당 5달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지 판단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 결성을 막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한편 일당 5달러 정책은 새로운 구매 고객을 창출했습니다. 1920년대 중반, 모델 T의 가격은 290달러로 포드사 노동자 월급의 석 달치와 비슷했으므로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컨베이어벨트를 장착해 대량생산을 이끌고,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임금을 높이고, 고임금 정책은 다시 대량소비로 이어졌습니다. 컨베이어벨트와 5달러 정책이라는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포드 시스템은 이후 ‘포드주의’로 불립니다. 포드주의라는 개념은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컨베이어벨트로 특징지어진 기술적 패러다임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넓은 의미의 20세기를 대표하는 축적 구조를 말합니다. 후자의 포드주의가 전자를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포드주의는 산업사회 공장의 기본 시스템으로 정착하면서 전 사회 모든 영역의 생산공정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정용 상품들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었으며, 유럽으로, 소련으로, 제3세계 국가들로 확산되기에 이릅니다. 대규모 사업장에 수만 명의 노동자가 모여 일했고, 당연히 이들 노동자의 주거지역이 공장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자 자동차는 필수가 되었으며, 퇴근 후 편안히 쉴 수 있는 주택이 건설되고 가정용 내구 소비재가 속속들이 생산되었습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정착, 이것을 추동한 힘이 바로 포드주의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