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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 매몰찬 상품화에 내몰린 인간

인간이 느끼는 소외의 뿌리는 깊다. 지금 우리는 전면적 소외 상태에 놓여 있다. 우리가 하는 일, 몸담고 있는 사회, 심지어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돼 있다. 분명 현재의 시스템은 우리가 살기 편하려고 갖춘 것인데, 우리가 창조하고 구축한 세계가 오히려 우리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형국이다. 소외란 무엇인가, 소외는 개인적, 심리적 문제인가, 그게 아니라면 사회구조의 문제인가, 소외 없는 사회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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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를 지나 사춘기를 겪을 무렵, 가장 강렬하게 지배했던 감정이 ‘소외’였던 것 같습니다. 가족과 친구, 학교, 지역사회(혹은 국가)는 아무 일 없이 굴러가는데 나만 혼자 동떨어져 나온 기분이었지요. 외로운 것도 같고, 고립된 것도 같고, 내 삶인데도 왠지 내가 삶의 주인이 아닌 것 같고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허무감이 들었습니다. 세계로부터 분리된 기분이었고 내가 나로부터도 분리된 기분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의미 없어 보였고, 이 무의미함은 무력감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등이 일부러 나를 ‘고립’시킨 것도 아닌데 이 소외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소외는 ‘어떤 무리에서 기피하여 따돌리거나 멀리함’이라는 뜻이라는데 당시의 내가 느꼈던 소외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철학에서 말하는 ‘자기소외’였던 것 같습니다. 인간이 자기의 본질을 상실해 있는 어떤 상태. 사회과학에서는 소외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자신의 주변, 노동 및 노동의 산물, 자아로부터 멀어지거나 분리된 듯한 감정상태를 가리키는 말.”

‘소외’에 관한 담론은 뿌리가 깊습니다. 오늘날에는 ‘소외’를 마르크스주의의 중심 개념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사실 소외는 그 이전에도 널리 쓰였던 개념입니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친구나 동료에게서 떠난다거나 격리된다는 의미인데요, <조선명탐정>이라는 두 남자 배우 중심의 영화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에서 뜻하는 소외가 이에 해당합니다. “홍일점 이연희, 소외감 느낄까 봐 신경써!” 이밖에도 경제나 법률 분야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이 소유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다는 의미로, 또 의학 혹은 정신의학 분야에서 일탈이나 정신이상 등의 이름으로 소외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했지요. 

이러한 소외라는 개념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발전시킨 것은 헤겔과 포이어바흐였고, 이후 마르크스가 《경제학 철학 수고》를 출간한 후 소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이라는 책에서 ‘물화(사물화)’라는 용어로 소외의 중요한 측면에 대해 논의했고, 마르쿠제는 마르크스의 《경제학 철학 수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소외 개념에 주의를 돌리게 한 인물입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뒤 광범위한 논의가 시작되는데,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물론이고 실존주의 철학자, 문학비평가, 작가, 심리학자들까지 ‘소외’ 논의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20세기 후반 무렵에 이르러서야 소외라는 개념이 비로소 철학사전에 수록됩니다. 

상품화된 인간, 소외된 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