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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읽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보통 사람이 경제학으로 무장해야 하는 이유

용어와 수치가 난무하는 경제학은 보통 사람들은 물론,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분야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 경제적 삶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주장들이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진득하게 경제학으로 무장함으로써 현실의 수많은 문제를 간파하는 능동적 경제시민이 되자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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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살립시다!’ ‘부자가 돈을 더 벌어야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삽니다’ ‘지나친 복지는 성장을 훼손합니다’ ‘경제가 어려운 때에 그런 건 좀 참읍시다’….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아주 흔하게 주장하는 내용들이다. 이 익숙한 주장들을 경제적 지식이 없이는 반박하기 어렵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주장들은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쓴 장하준은 경제학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만 맡겨놓기엔 너무나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일 사람들이 경제학과 관련해 경제사, 학파, 용어의 문턱을 조금만 넘어준다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때로는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독자를 고무시키며 함께 그 문턱을 넘자고 설득한다.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나 그들이 내세우는 숫자와 사실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경제학으로 무장할 용기, 무서운 적이 아니라 책상 앞에서의 지루함에 맞설 용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세계는 변해왔다

경제학은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이 아니라 돈, 직업, 기술, 국제무역, 세금 등을 비롯해 우리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입을 분배하고, 그 결과 나온 생산물을 소비하는 것과 관계된 것을 연구한다. 언뜻 보면 하나의 이론으로 말끔히 정리될 만한 대상이지만 이 대상들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고 이 대상들을 다루는 이론도 무척 다양하다. 

저자는 우선 자본주의의 역사를 소개한다. 아무리 위대한 경제이론도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봐도 당시의 자본주의와 현재의 자본주의는 다르다. 자본가들, 노동자들, 시장, 돈과 금융 시스템의 개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쳤던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의 신화가 얼마나 잘못 알려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영국과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정부개입을 벌였고, 식민주의의 확산은 ‘자유롭지 않은 자유무역’을 확산시켰다. 

신자유주의의 흥망성쇠를 보아도 자본주의 역사의 부침은 뚜렷하다. 1981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부자들의 세금을 깎고 가난한 사람들의 보조금을 삭감하고 최소임금을 동결하면서, 이 모든 것이 일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을 더 열심히 하도록 하기 위해 부자는 더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 논리는 ‘공급경제학’이라 불리며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