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1446년 세상에 알려졌어. 세종대왕은 1443년 훈민정음을 만들었는데 말이지. 그럼 3년 동안 훈민정음은 어디에 있었던 걸까?
세종대왕은 한글을 발표하기 전 언문청이라는 기관을 세워 많은 학자가 한글을 연구하도록 했어. 백성들이 새로운 문자를 쉽게 쓸 수 있는지 미리 검토하기 위해서지. 또 성삼문, 신숙주 같은, 언문청훈민정음의 창제를 위해 대궐 안에 설치했던 기관의 학자들을 열세 차례나 중국 요동으로 보냈어. 명나라 최고의 언어학자에게 말과 글의 이치를 배워오게 하려고. 새 글자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세종대왕은 몇몇 신하에게 훈민정음으로 노래를 만들라고 시키기도 했어.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용비어천가>야. 새 글자를 꼼꼼히 챙기며 사람들이 반발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3년이란 세월을 준비하다니, 한글을 왜 세계 최고의 문자라 하는지 알겠지?
성종 무렵, 한글을 만들고 알리는데 힘썼던 관리 대부분이 세상을 떠나 한글은 위기를 맞게 돼. 그러던 중 1504년에는 어떤 양반이 연산군을 비판하는 글을 한글로 써서 길거리 벽에 붙인 사건이 일어나. 연산군은 폭군이라 당연히 불같이 화를 냈지. 결국 한글로 된 책을 모조리 불태워 없앴고 전국적으로 한글 배우는 일을 금지했어. 심지어 한글을 아는 사람을 잡아들이기도 했다지. 그야말로 위기였지만 한글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냈어.
한글은 숙종 때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돼. 한자와 중국을 좋아하던 일부 양반이 한글 사용에 문제를 제기한 거야.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한 숙종은 모든 공문서에 한글을 쓰지 못하게 했어. 한글은 또다시 백성들 사이에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지. 만약 한글 금지령이 계속되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중국의 한자를 쓰고 말이야. 어휴, 생각하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