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3
예술, 문학
목록
오늘의 문해력 미션
먼저 글을 읽으면 읽기 완료로 바뀝니다.
📖 글 읽기 읽는 중
📚 문제 풀기 대기
✍️ 글쓰기 대기
🪄 AI 첨삭 글 제출 후

전통음악, 보이지 않는 것

신문이나 뉴스를 볼 때 우리는 재미있는 점을 발견합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상황의 사진을 싣거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전체를 보지 않는다면 어느 샌가 ‘보아야 할 것을 보는 것’이 아닌 ‘보여지는 것’ 혹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예술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것을 함께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만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지요.
image

죠수아 벨의 실험

죠수아 벨[1]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를 아시나요? 세계적인 콩쿨을 수상해 실력을 인정받는 일반적인 연주자와는 달리, 연주력만으로 이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사랑받고 있는 명연주자랍니다. 어느 날 그는 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지하철 네 개선이 모두 만나, 사람이 가장 붐비는 미국 워싱턴 랑팡 플라자 역에서 낡은 복장으로 서서 연주를 한 것입니다. 

주머니에서 1달러 지폐 몇 장과 동전 몇 닢을 악기케이스에 던져놓고 바이올린을 꺼내든 그는 바흐의 ‘샤콘느 d단조’를 시작으로 약 45분간 6곡을 연주합니다. 워싱턴 포스트 선데이 매거진 취재팀의 요청으로 일명 ‘몰래카메라’를 찍은 것이지요. 사람들은 과연 그가 조슈아 벨이라는 걸 알아챘을까요? 아니, 그보다도 지하철역사 내에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까요?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45분간 1097명이 지나쳤지만, 잠깐이라도 서서 그의 연주를 감상한 사람은 단 7명. 그나마 그의 연주를 가장 길게 감상한 관객은 한 꼬마아이였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부모님 손에 이끌려 떠나갔다고 하네요. 연주를 마친 후 조수아 벨은 “연주 후반에는 나의 연주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방해만 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니, 그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할 만합니다. 그의 연주를 듣고도 지나친 사람들은 과연 잠시라도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비싼 입장료’와 ‘화려한 무대’가 아니기에 훌륭한 연주일 리 없다고 ‘확신’한 것일까요?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들렸을 텐데 말이지요.

관현맹인管絃盲人 

조선시대에는 음악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제도가 있었습니다. 관현맹인[2]이라는 것인데요, 말 그대로 관악기와 현악기 즉, 악기를 연주하는 맹인이라는 뜻입니다. 과연 이들은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요? 우리가 추측해볼 수 있는 가까운 이유는 아마도 엄격한 유교사회였던 시대였기 때문에 여성이 많은 곳에서의 연주를 담당시킨 게 아닐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유도 중요한 조건이었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사실은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해 선발했다는 것입니다. 성현[3]이 지은 《용재총화》[4]에 나오는 당시 가야금 연주의 일인자였던 김복산金卜山이라는 맹인 연주자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재능이 있는 맹인에 대한 처우가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맹인의 공식적인 음악 활동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는데, 중요한 점은 이것이 어떤 절차상의 형식이 아닌 나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인 사실입니다. 몇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