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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왕실의 혼인과 권력게임 <2부>

고려 정치사의 절대적인 비중은 권력자 집안 간의 혼인. 고려는 신라 출신 지방 호족들의 연합으로 세워진 터라 태생적으로 왕권이 강하지 않았고, 여러 차례 왕위의 위기도 겪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력과의 결탁이 필수적이었는데, 권력 공유의 가장 확실하고 평화적인 방법이 바로 ‘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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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고려의 창시자인 왕건은 다른 지방 호족들과의 연합 전선을 맺기 위해 혼인이라는 형태를 선택했다. 왕건이 맞아들인 부인의 수는 자그마치 29명. 자식은 평균 한 명꼴이었지만 왕위 다툼의 소지가 충분했다. 게다가 부인들의 집안이 전부 왕족이 되면서 권력 암투가 치열해진다. 4대 광종에 이르러 태조 때부터 있었던 호족 군신들 상당수를 숙청하게 된다. 또한 이때부터 왕족 수를 줄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왕실 내 근친혼이 시작되는데…. 순전히 왕실의 정통성 보존을 위해 시작한 ‘족내혼’이었지만 권력 다툼은 줄어들지는 않고, 선대의 후궁을 다시 왕비로 맞아들이는 등 복잡한 겹혼인이 불러오는 윤리적 문제도 부수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황족간의 왕위 쟁탈전_어떤 자매의 위험한 불장난 

고려는 6대 성종, 7대 목종을 거쳐 8대 현종 때부터 100년 정도 태평성대를 맞지만 왕실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닌 듯하다. 근친혼을 통해 호족 외척의 힘을 견제할 수는 있었으나 권력다툼은 여전히 치열했다. 고려 왕실은 이후 이복형제, 방계사촌, 형제, 방계사촌 등 복잡다단한 왕위계승을 반복했는데, 그야말로 ‘백조의 물밑 발길질’ 같은 상황이었다.

고려 왕실의 특징은 조선 왕조에 비해 아들 혹은 친손자가 왕위를 물려받은 경우가 적고, 형제간 왕위 계승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형제간 권력 투쟁이 치열했다. 그 중 6대 성종과 남매지간인 황보씨 자매, 즉 언니 헌애왕후와 동생 헌정왕후의 권력다툼은 빼놓을 수 없다. 둘은 5대 경종의 후궁이었고, 각자의 불륜이 권력다툼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똑같다. 언니는 외척인 김치양과, 동생은 왕욱태조 왕건의 일곱째 아들로 헌정왕후의 이복 작은아버지과 불륜을 저질렀다. 성종은 이를 보다 못해 불륜 상대들을 귀양 보냈고, 홀로 남은 헌정은 왕욱의 아이를 낳다 사망하는데, 이 아이가 훗날 고려의 중흥기를 여는 제8대 현종이다. 

한편 성종이 죽고, 언니 헌애왕후는 경종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을 왕위에 올린다. 그가 바로 제7대 목종. 목종은 즉위 당시 이미 18세로 직접 정치를 할 수 있었는데도, 헌애왕후는 천추궁에 기거하며 섭정을 펼치는 한편 귀양 갔던 김치양을 불러들여 실권을 쥐게 된다. 드라마로 익숙한 시호 ‘천추태후’는 그녀가 기거하던 궁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 헌애왕후는 김치양과 자신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데 걸림돌이 될까봐 동생이 남긴 아들 현종을 강제로 출가시키고 여러 차례 죽이려고 했으나 현종은 그때마다 무사히 위기를 넘긴다. 왕위에 오른 현종은 22년간 재위하면서 거란의 침입을 막아내는 등 대내외적으로 치적을 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