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특질을 부각해 인류를 칭하는 용어는 매우 많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나 호모 파베르는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는 용어겠죠. 그런데 호모 루덴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호모 루덴스란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처음 사용한 말인데요, ‘유희하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희와 놀이. 과연 인류의 근원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단어로 적절한 걸까요?
우리의 시대보다 더 행복했던 시대에 인류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 감히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라고 불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인류는 합리주의와 순수 낙관론을 숭상했던 18세기 사람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그리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고, 그리하여 현대인들은 인류를 ‘호모 파베르Homo Faber:물건을 만들어내는 인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비록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faber물건을 만들어 내는라는 말이 sapiens생각하는라는 말보다는 한결 명확하지만 많은 동물들도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말 역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인간과 동물에게 동시에 적용되면서 생각하기와 만들어내기처럼 중요한 제3의 기능이 있으니, 곧 놀이하기이다. 그리하여 나는 호모 파베르 바로 옆에,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수준으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를 인류 지칭 용어의 리스트에 등재시키고자 한다.
인간이 놀이와 유희를 즐긴다는 단순한 이유로, 호모 루덴스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인간이 행하는 모든 것들을 갖다 붙여 인류 지칭 용어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뭔가 인간의 특성을 보여주는 근원적인 이유가 있어야 그런 이름을 붙일 수 있겠죠. 하위징아는 인간이 단순히 놀이를 즐긴다는 시각에서 이를 명명한 것이 아닙니다. 놀이와 유희가 인간 활동의 본성이자 본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지요. 더욱이 하위징아는 무수히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기존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통념을 깨뜨립니다.
흔히 사람들은 인류의 모든 생활양식이라 할 수 있는 문화의 영역에서 놀이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위징아는 이러한 생각을 뒤집습니다. 놀이와 유희가 문화의 근원이라 본 것이지요. 놀이는 문화의 하위개념이 아니고,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선 놀이가 인간의 삶,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일구어 온 철학, 시, 예술뿐 아니라 법이나 정치마저도 그 근원에는 놀이와 유희가 자리하고 있다는 이러한 주장에 여러분은 동의하나요?
하위징아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에 앞서, 놀이의 특성에 대해 정리합니다. 놀이를 어떻게 규정하든 이를 관통하는 고유한 특질이 있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머릿속에 다양한 놀이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어떠한 특성이 있을지 생각해보면서 하나하나 짚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