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제작 원고 일색의 웹툰에, 밑그림부터 채색, 심지어 손글씨까지 진한 ‘손맛’이 느껴지는 만화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펜선 하나하나에서 이야기만큼이나 따스한 느낌이 나니까요. 수채물감의 흑백 채색은 (아주 가끔 특정 부분에 색채가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나른하고 우울한 느낌도 주지만, 물감 특유의 농도는 왠지 모를 따스함을 풍깁니다. 게다가 등장하는 건 모두 강아지, 고양이, 토끼, 고슴도치 등,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 친구들이지요. 근데 이들의 매력은 프롤로그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돌직구’를 합니다! 가끔 욕설도 나오지만 기분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더 귀엽습니다. (실제로 댓글을 보면 독자들 사이에서도 ‘귀엽다’는 의견에 만장일치입니다.)
이들의 대화는 짤막하면서도 뼈 있는 돌직구가 많은데, 그 돌직구가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자칫 냉소적이라고 느끼기 쉽지만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읽을수록 정반대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동물 친구들의 대화 내용은 직설적이지만, 꾸밈없이 속내를 털어놓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이죠. 이 동물 친구들의 진짜 매력은 바로 ‘무심한 듯 속이 깊다’입니다.
이들의 소원은 모두 ‘행복’해지는 겁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두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행복의 충분조건으로 여기고 있어요. 또 하나의 공통점. ‘노력을 하지 않는다’ 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모습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이런 자신의 모습에서 ‘무기력함’을 느껴 노력을 계속 안 하게 되는 무한 반복으로 이어집니다. ‘행복해지고 싶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로 요약됩니다.
작가의 말을 보면, 등장 동물들은 실제로 작가가 만난 친구들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지만 동생 째깐이에게 맛있는 과자를 배불리 먹일 만큼 돈을 벌고 싶기도 한 검은고양이 난방이, 서른 살이 다 되도록 작가에 대한 꿈을 포기 못해 어떤 일자리도 얻지 못한 강아지 서니, 다른 친구들의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결국은 조바심만 낼 뿐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는 얼룩고양이 톰, 무엇보다도 조그만 바둑이인 티컵이는 고시원에서 혼자 살며 여러 일을 합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도 일찍 잃고 가진 것도 없다 보니, 욕설 실력과 함께 자신에 대한 열등감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이들의 삶에서 이젠 포기하다 못해 포기할 것조차 없는 젊은이들의 팍팍한 삶이 보여, 무한한 공감 한편으로 안쓰러움도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