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전쟁 이야기 또는 전쟁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화염이 나부끼는 전장 속 얼굴을 검게 칠하고 동지의 이름을 부르는 이들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저격수가 되어 적의 심장을 노리고 울퉁불퉁한 길로 탱크를 모는 이들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추모 공원에 새워진 군인 동상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우리 기억 속의 전쟁에는 남자만 존재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장을 누빈 여자도 있었다! 여자들은 저격수가 되기도 했고, 탱크를 몰기도 했다. 스파이가 되어 적의 급식소 스프통에 맹독을 풀어놓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여자 병사만 100만 명. 모두 자원입대를 했고, 대부분은 어린 소녀병이었다. 하지만 전쟁을 기록한 역사에는 이들의 얼굴도 이름도 모두 지워져 있다. 이들은 왜 사라진 걸까, 아니 역사는 왜 이들을 기억하지 않는 걸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지금까지의 전쟁 이야기는 ‘남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알려진 전쟁, ‘남자가 느끼는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모든 인류사가 그렇듯 전쟁 역시 ‘남자 위주’의 역사로 기록되고 남겨진 것. 하지만 실제 전장에는 여자도 있었다는 점을 (그녀의 할머니 역시 병사였다) 그는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전쟁에 참여한 여자들을 찾아가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다시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쟁에도 일상이 있다
책에는 여자 병사들의 회고가 빼곡히 담겨 있다.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저자는 여자들의 전쟁은 남자들의 전쟁과 달리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한다. 흔히 남자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전쟁, 즉 전략이나 영웅 따위는 없다. 여자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정에서도 전략보다는 평범한 것에, 영웅보다는 사람에 주목한다. 그것이 비록 적군이라도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