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에는 미래여행을 다룬 영화 <백 투 더 퓨처 2>(1988)가 전 세계에서 재개봉됐다. 재개봉 스코어는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만큼 좋았다. 관객들은 극장에서 30여 년 전 감독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이 현재와 얼마나 같고 다른지를 재보며 영화를 즐겼다. 《대재난》도 이와 비슷한 테마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 르네 바르자벨이 1943년에 쓴 '2052년 미래여행기'다. 르네 바르자벨은 프랑스 SF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세계적인 고전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지만 그간 국내에는 에세이 한 편만이 소개됐을 뿐이었다. 《대재난》은 그의 소설 중 첫 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다.
2052년 미래의 어느 날, 전기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원이 사라진다. 주인공 프랑슈아 데상은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과학의 진보를 거부한 농촌 집단에서 자란 청년이다. 그는 소꿉친구이자 그의 사랑인 블랑슈를 만나기 위해 파리에 왔다가 에너지원이 사라진 도시에 갇히는 대재난을 겪는다. 그는 도시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은다.
이 소설은 ‘프랑스식 SF문학’의 태동을 알린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아이템을 이곳저곳에 뿌려놓고 사람들에게 ‘놀랄 거리’를 줬던 ‘할리우드식 SF’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는 미래를 그리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프랑스식’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소설 속 미래의 모습은 시적이고 철학적인 사유가 바탕이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냉기가 눌러앉은 보존실의 내부에 가족들은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옷을 입히고, 자주 취하는 포즈로 세우거나 앉혀서 조상의 몸을 냉동 보존했다. (…) 이 보존실의 발명 덕분에 2050년의 손주들은 그들의 증조부를 접할 수 있었다. 조상 숭배 의식이 자리 잡았고 그와 함께 아버지의 권위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