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를 불문하고 어느 지역이든 학교 건물은 거의 비슷비슷한 네모 모양이다. 1962년 우리 나라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태어난 아이들을 보낼 학교를 급하게 짓느라 학교 표준 설계도를 제작했고 그에 맞춰 학교를 지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모든 학생들을 교육에서 소외시키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1992년 이 설계안은 폐지되었지만, 이때 지은 학교 건물을 우리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학교 건물만 비슷한 게 아니다. 배우는 내용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학교 수업은 마치 대본이 짜여 있는 연극 같다. 교사는 교과과정에 맞춰 수업 시간마다 정해진 내용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대본을 외우듯 공식과 정답을 외운다. 그런데 이런 수업은 (교사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별로 쓸모가 없다. 현실에는 대본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을 어떻게 선택하고, 융합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할지’가 중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학교의 역할과 모습, 형태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싣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학교 수업을 온라인? 처음에는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 혼란을 겪었지만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당장 이런 일들이 일어나자 교육과 관련해서 먼 미래의 일이거나 그저 상상 속의 일로 여겼던 것들이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학교란 무엇이고, 그 안에서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다양한 학교들을 정리해보았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다니고 싶은 학교는 어떤 모습일지 꿈꿔보자.
학교 이름에 뜬금없이 ‘스티브 잡스’라니? 애플 기기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교라서 그렇다. 4~12세 아이들이 다니는 스티브 잡스 학교에는 특이하게 담임교사도, 학년 구분도 없다. 학생들은 입학하면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용 아이패드를 지급받는다. 아이패드 안에는 학생의 수준에 맞는 학습 프로그램이 들어 있고, 이를 토대로 맞춤식 교육이 진행된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패드 어플로 학생들이 하루 동안 어느 과목을 몇 시간 동안 공부했는지 볼 수 있다.
학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열려 있지만, 특정 시간에 교실에 나오면 출석 처리된다. 방학 기간도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시기에 정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더 많이 만나게 된다. 학생들은 아이패드에서 자신의 아바타로 화상통화를 통해 소통한다. 물론 학교 안의 여러 다양한 부속 시설물인 수학의 방, 체육관, 테크놀로지 연구소 등에서 직접 만나서 어울리고 활동도 한다.
스티브 잡스 학교는 시대에 맞게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지만 모든 학생을 꼭 디지털 전문가로 길러내지는 않는다. 다만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디지털 세상에 세세하게 보관해 언제든 남은 기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