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은 2012년. 작가는 은사님의 소개로 한 청년을 만나게 됐다. 외국인 유학생인데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들어서였다. 그 청년이 쾌활하며 진취적이고 책임감 강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작가는 영 탐탁지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만나러 간 이의 이름은 ‘압둘와합 알무함마드 아가(줄여서 와합)’. 그는 시리아 사람이었다. 시리아 사람이라니…. 인종차별하긴 싫었지만, 솔직히 ‘이슬람·테러·두렵다’는 단어들이 맨 먼저 떠올랐노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게다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새까만 곱슬머리에 부리부리한 눈,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코를 가진 와합을 보자 거리감은 배가 됐다.

그러나 상황은 금세 반전됐다. 와합이 자기 고향을 소개하며 집 앞에 유프라테스강이 흐른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뭐, 유프라테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할 때 그거? 그렇다. 시리아는 고대 문명의 보고이며 약 7000년간 사람이 살아온 땅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점에 위치해 비단길의 주요 거점이었으며, 옛 로마 황제 중에서도 시리아 핏줄을 물려받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런 배경 지식을 전해 듣고 나자 시리아에 대한 왠지 모를 두려움은 호기심으로 바뀐다.
시리아가 무슨 나라인지 잘 알지 못하고, 이슬람과 테러에 대한 단편적인 얘기만 들은 사람이 작가와 같은 경험을 한다면 어떨까? 미지의 세계와의 첫 접점(?)이 불편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편견이란 베일을 걷고 실체를 마주하면 막연한 공포는 말끔히 해소된다. 작가 역시 다정한 시리아 친구 와합을 만나고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연다. 무슬림은 좀 무섭다고? 직접 사귀어보니 친근하고 유쾌하며 이렇게 주변인을 잘 챙기는 이가 없던데. 서로의 종교가 무엇인지는 진실한 교류를 하는 데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색안경 하나가 벗겨진다.
와합은 소위 말하는 ‘인싸’다. 한국에서 법학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시리아 구호 활동을 하고, 여러 방송에도 출연한다. 지인들과도 돈독해 생일에는 각기 다른 모임 5곳에 돌아가며 참석해 축하를 받을 정도다. 주위에 한국 생활을 돕는 좋은 친구가 많기로 소문났다. 비결이 뭘까?
사실 와합과 한국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와합은 시리아에서 대학을 다닐 당시 거리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한국인 유학생들을 발견했다. 길을 찾아주고 심지어 집을 구하는 것까지 도운 와합은 어느새 한국인들과 무척 친해졌다.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휴일엔 같이 놀러가고, 한국인 유학생 대신 핸드폰도 개통해줘 자기 명의 핸드폰이 20개나 되었을 정도였다고. 한국에 정을 붙인 와합은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주겠다는 프랑스 대학원을 뒤로 하고 2009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와합은 한국에 온 시리아 유학생 1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