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한 할아버지가 쓴 육아일기를 SNS 형식으로 재구성해보았다.
이문건 @grandpamukjaediary
1551년 ○월 ○일 작성
들 온이 아들을 얻었다. 온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내 아이지만 늘 몸이 약했는데, 조상들이 도우셨는지 가문을 이을 귀한 자손을 보았다. 손자 이름은 ‘숙길(淑吉)’이라 짓기로 했다. 이 아이만큼은 하늘이 굽어살피시길 바란다.
1552년 ○월 ○일 작성
유배 생활에서 아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여섯 달이 지나자 아이는 혼자 앉을 수 있게 됐고, 일곱 달째에는 아랫니가 생겨 젖꼭지를 물게 되었다. 열한 달 무렵 처음 일어섰는데 두 손으로 다른 물건을 잡고 양발로 쪼그리고 앉았다. 손주가 커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늙는 것도 잊어버린다.
1552년 ○월 ○일 작성
길이 돌잔치에서 붓과 먹을 집었을 때, 나중에 정말 훌륭한 문장가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글을 읽는 내 모습을 따라하는 걸 보니 더욱 확신이 든다.
1557년 ○월 ○일 작성
숙길이 마마(천연두)에 걸렸다. 열이 불덩이 같고 온몸이 종기로 잔뜩 곪았다. 눕혀놓아도 고통스러워하고 안아도 아파했다. 아이는 계속 나를 찾는다. 이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건 틈틈이 죽을 먹이고 덜 아프게 몸을 어루만져 주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