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큰 친구와의 팔씨름 한판을 앞둔 빼빼마른 친구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외칩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뻔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누구나 강한 상대 앞에서 이렇게 큰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요, 장단長短이란 한자 그대로 ‘길고 짧은 박이 규칙적으로 반복된 형태’를 뜻하는 리듬과 비슷하게 여겨집니다. 또한 장단의 의미는 ‘장단을 맞추다’와 같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맞춰준다거나, ‘장단이 맞다’처럼, 함께 일하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이로 미루어보면, 장단이란 비단 음악적인 요소로서의 단순한 의미보다 조금 더 관계적이고 복잡한 의미를 지녔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단은 리듬과 어떻게 다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장단은 리듬과 템포Tempo 빠르기가 결합된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이랍니다. 예를 들면, 가장 느린 장단에 속하는 ‘진양장단’은 단순히 느린 속도만을 의미하기보다 주어진 박자 안에서 충분히 여유를 갖고 음악적으로 표현을 한다든지, 가장 빠른 장단에 속하는 ‘휘몰이 장단’은 경쾌하면서도 급하게 몰아가는 의미를 이면에 담고 있답니다. 또한 장단은 연주자의 즉흥적인 해석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연주자가 지닌 음악성, 해석 등의 역량에 따라 표현의 결과물이 천차만별이지요. 우리민족의 고유한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만큼, 우리네 삶을 이뤄온 문화를 알면 알수록 장단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단을 치는 대표적인 악기는 장구와 북입니다. 장구는 기악곡 또는 민요 등 대부분의 악곡에 사용되지만, 특별히 판소리에만 소리북이 반주악기로 사용됩니다. 이때, 장구 또는 북을 치는 연주자를 ‘고수’라고 부르는데요,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국악에서 고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장구로 반주할 때는 보통 오른손에 길고 얇은 채를 쥐고, 왼손은 맨손으로 북편을 울리듯 치지만, 사물놀이 또는 야외에서 연주할 때는 왼손에 궁채궁굴채를 쥐고 칩니다.

장구는 허리가 잘록한 모양을 빗대어 ‘세요고細腰鼓’라는 아명雅名을 갖고 있습니다. 가지런히 세워진 모습은 마치 모래시계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세밀하게 박을 나눠 변화무쌍한 형태의 장단을 만들어내는 채편의 화려함과 어떤 변화에도 요동하지 않으려는 듯이, 깊이 있게 울리는 북편의 웅장함이 만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악기입니다. 특히 좁은 장소나, 작은 소리를 요하는 연주에서는 소리가 울리는 복판이 아닌 가장자리의 변죽을 치게 되는데요. 아래 표를 보시면, 장단을 연주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호와 구음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오른쪽 무릎을 채편, 왼쪽 무릎을 북편으로 해서 무릎장단으로 함께 구음으로 노래하며 따라해 보시면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