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익숙한 우화로 시작한다. ‘팔이 굽혀지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섬나라에 관한 내용이다. 팔이 굽혀지지 않으니, 사람들은 자기 앞에 놓인 음식을 혼자 먹을 수 없다. 누군가 먹여줘야만 먹을 수 있다. 이 섬나라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다. 한 마을은 이타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살고, 다른 마을은 이기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산다. 결말은 지극히 교훈적이다. 이타적 성향의 마을은 서로 음식을 먹여주며 행복하게 살았지만 이기적 성향의 마을은 누구도 남에게 음식을 먹여주지 않아 모두 굶어죽었다는 얘기다.
어떤가? 이 우화에서 보면 이타적 인간이 진화적으로 우월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만일 그 이타적인 성향의 마을에 이기적인 인물 한 사람이 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결말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기적 인간은 이타적 인간의 도움으로 배불리 먹고, 자기는 아무에게도 음식을 먹여주지 않는다. 만일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굳이 힘들게 다른 사람을 먹여주지 않아도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단 걸 알고 이기적 인간을 따라해 점점 이기적 인간이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타적인 행동전략은 ‘진화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 특정 성향이 진화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는 말은, 여러 성향이 뒤섞여 있을 때 이 성향이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복잡한 인간 사회에서 이타적 성향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아무래도 이기적인 인간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생존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남을 돕는 이타적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타적 인간의 출현》은 이 물음에 답하고 있다. 이타적 인간이 어떻게 출현해, 어떻게 살아남아, 어떻게 늘어나게 되었는지 여러 가설과 게임이론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