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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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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기

유럽의 십자군, 터키의 천국 보드룸에 성채를 올리다

에게해를 품은 항구에는 한가한 범선과 보트들이 정박해 있다. 명징한 터키블루와 층층이 늘어선 하얀색 집들. 그 위로 태양은 이글거리되 바람은 야박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을 얻은 최고의 휴양지 보드룸. 그곳에는 유럽의 십자군이 올린 성채가 우뚝하니 중심을 잡고 있다. 중세의 역사가 에게해의 유순한 물살에 실려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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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가 반짝인다.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는 에게해라고 했다. 전날 밤 우리는 며칠 동안 함께 다녔던 터키관광청의 톨가와 간단히 이별주를 나눴다. 검은빛 에게해가 넘실거리는 해변에는 비치체어들이 한가하게 늘어서 있었고, 우리는 의자 몇 개를 놓고 앉아 담소를 즐겼다. 에게해가 여수 밤바다처럼 친근했다.

태양을 맞으러 아침 산책길에 오른다. 어젯밤 일행과 담소를 나눴던 그 바다는 전혀 다른 풍광을 펼쳐 보인다. 자그마한 보트들이 늘어서 있어 유럽의 휴양지에 안착한 기분이다. 아득하게, 아득하게, 끝없이, 끝없이 펼쳐진 에게해! 바다 위로 산산이 부서진 태양의 조각들이 물살과 만나는 찬란함. 과연 명징한 터키블루다.

터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자료를 찾다 터키 도자기와 타일을 보고 경탄한 적이 있었다. 이슬람 문화의 상징 같은 문양의 아름다움도 놀라웠지만, 문양 속에 스며 있는 도드라지는 블루 빛이 매혹적이었다. 아쉽게도 이번 일정에는 없지만, 그래서 블루모스크를 꼭 가보고 싶었다. 높은 돔 양식의 내부는 2만개가 넘는 블루와 그린 타일로 장식돼 있다는데, 촘촘한 창문 새로 비껴드는 햇살과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란다. 사진으로는 햇살의 알갱이가 감싼 신비한 빛깔을 만질 수 없지 않은가. 

어제 마르마리스에서 이곳 보드룸으로 오는 동안 가이드는 보드룸은 작고 아담한 지역이지만 국제적인 휴양지라고 설명했다. 일행은 가벼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보드룸 성으로 향했다.

에게해가 끝나고 지중해가 시작되는 곳, 보드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