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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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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태평양 너머 음악과 어떻게 다른가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서양의 합리성과 동양의 유연성은 나름의 이유를 가진 사상과 철학을 낳았고, 그에 걸맞은 사회와 문화가 형성되었지요.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그 차이는 극명히 드러나는데요, 이 둘의 차이를 잘 이해한다면 우리음악 본연의 모습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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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C’est Si Bon 그리고 풍류방

요즘 ‘세시봉’처럼 TV나 영화, 그리고 공연 등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는 없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자들은 나팔바지처럼 약간은 촌스러운 복장과 목덜미를 덮을 만큼 장발머리를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했고, 여자들은 짧은 미니스커트가 단속에 걸릴 새라 눈치를 보면서도 한껏 멋을 뽐내며 다니던 시절이었답니다. 특히 불어로 ‘아주 좋다’라는 뜻을 가진 이 ‘세시봉ʼ은 ‘포크Folk’라는 대중음악의 장르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음악가들의 아지트이자, 그들의 밴드 이름이기도 합니다. 서울 무교동에 위치한 이곳은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지금도 유명한 대중가수들의 활약으로 1960년대 청춘들의 아지트이자 ‘핫 플레이스Hot Place’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재미있게도 옛날 전통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세시봉’과 비슷한 장소가 있었답니다. 바로 ‘풍류방’인데요, 다른 이름으로 ‘율방律房’이라고도 불렸던 이곳은, 분주한 일상을 잠시 뒤로 한 채 ‘운치 있고 멋스러운 인생’을 즐기고 싶은 음악애호가들이 모여 함께 연주활동을 벌이던 곳입니다.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모습은 음악 감상실이었던 ‘세시봉’과는 약간 다르지만, 해질 무렵 설레는 마음으로 악기를 들고 삼삼오오 풍류방으로 모여들었을 풍류객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음악을 향한 열정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합니다. 

레시피Recipe와 손 맛

아무리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발견할 때의 그 순간은 정말 “유레카!!”를 외치고 싶어집니다.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등 요리를 주제로 한 인기방송도 많은데요, 아마도 ‘남성 예술가’처럼 ‘뭔가 있어 보이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며 만든 덕분에 남성 셰프Chef가 대세가 되어버린 점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요리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서양과 동양의 음악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일상과 더 밀접한 요리법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서양의 요리법은 음악을 만드는 차이만큼이나 많이 다르답니다. 대표적인 차이점은 뭐니 뭐니 해도 ‘레시피recipe’와 ‘손맛’의 차이겠지요. 서양의 요리는 철저히 연구된 계량을 통해 완성된 레시피 즉, 요리의 설계도를 만듭니다. 필요한 도구 또한 정교하다 못해 과학적이기까지 한데요, 언제 어느 때나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체계화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겠지요. 그래서 유명 레스토랑의 특정 요리에 대한 레시피는 집안 대대로 ‘비밀’에 붙여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