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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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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

최대 다수가 최대로 행복하면 그만일까?

여럿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다수결로 정하는 일이 다반사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는 일상생활에 자연스레 스며 있다. 그러나 공리주의가 도덕과 윤리를 품은 하나의 심오한 사상이라는 것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공리주의는 인간 행위의 윤리적 기초인 도덕을 개인의 이익과 쾌락을 추구하는 데 두었다. 쾌락 자체를 유일한 선(善)으로 여겼으며, 행위의 유쾌한 결과를 도덕의 기준으로 삼았다. 인간의 쾌락을 선으로 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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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가 뭐죠?’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대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답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공리주의란 개념은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표어로 기억돼 있어요. ‘공리(公利)’란 공공의 이익이란 뜻이니, 개인과 사회 전체의 행복을 핵심 가치로 하는 사상이란 것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표현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최대 다수를 최대로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효용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한 예로 어떤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주문한다고 합시다. 몇몇은 피자를 먹고 싶어 하고, 몇몇은 중국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피자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중국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겁니다. 이 경우 대개 피자를 주문하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음식보다 피자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피자를 주문하면 ‘최대 다수’를 ‘최대’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피자를 주문하는 것은 당연히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공리주의에 부합합니다. 

공리주의는 이처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합니다. 개인을 넘어 이 사회의 구성원은 물론 전 인류의 행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공리주의 이념. 이는 함부로 반대할 수 없는 대의요, 인류를 위한 가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공리주의는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리주의 자체가 셀 수 없이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고, 현재와 같은 사회 체제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렵다는 비판이 그것입니다. 또 최대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최소 소수의 행복은 방치되거나 외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공리주의의 본질과 공리주의가 직면한 비판이 무엇인지에 대해 따져보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공리주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사회,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공리주의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간략히 본 다음, 지금 시대에 공리주의가 어떠한 점에서 비판받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리주의는 본질적으로 ‘의사결정절차’가 아니라 ‘옮음의 기준’이다. 공리주의를 규정하는 것은 우리들이 의도적으로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옳은 행위라는 주장에 있다.”_ 윌 킴리카, 《현대 정치철학의 이해》(동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