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읽히는 영미문학의 최고봉이다. 그의 작품은 번역이 꽤 까다로운데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어린이나 청소년이 읽기 쉽게 소설형식으로 각색되기도 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무대에 올리기 위한 희곡이었고, 당시의 사회적·문화적 전통을 배경으로 한 비유와 상징이 풍부해서 오늘날의 우리가 그의 작품을 백퍼센트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겨울이야기>는 비교적 말년에 쓰여진 작품에 속한다. 은퇴 전까지 대략 4년여 동안, 셰익스피어는 로맨스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실험했는데 <심벌린>, <겨울이야기>, <템페스트>, <페리클레스>가 이 시기의 작품이다. 로맨스극의 특징은 진지한 내용과 코믹한 내용이 섞여 있고, 옛 허물을 용서하고 등장인물들이 새로 행복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로맨스극은 전성기에 창작한, 이른바 4대 비극 같은 걸작과는 작품 경향이 많이 다르다. 우선 현실감이 부족하고, 비극 작품에 종종 보이던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뇌 혹은 어두운 현실인식에서 완전히 방향을 틀어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온화한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아마도 인생 말년에 인생을 바라보는 셰익스피어의 태도가 변화했을 수도 있고, 당시 관객들의 기호가 변화한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는 다른 소설이나 신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롭게 고쳐 쓴 게 많은데, <겨울이야기>가 그렇다. 이 작품은 동시대의 저명한 작가 로버트 그린의 소설 <판도스토>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판도스토>와 <겨울이야기>는 이야기 전개나 주요 등장인물이 거의 비슷한데, 다른 점은 <판도스토>는 비극으로, <겨울이야기>는 희극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당시 <판도스토>가 베스트셀러라 관객들은 거의 작품의 내용을 알고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관람하러 왔고, 막상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르게 극이 전개돼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원작에 자신만의 색깔을 더해 원작보다 더 후세에 남을 작품을 만드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겨울이야기>의 변형은 확실히 파격적인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