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하늘이, 바다가 피카소라는 화가를 모르지는 않겠지?
그래, 전통적인 회화 기법인 원근법이나 명암 따위를 무시하고,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철저히 분해해 여러 측면을 동시에 묘사하는 입체파 화가로 유명하지. 스페인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는데, ‘게르니카’라든지 ‘아비뇽의 처녀들’ 같은 작품이 그의 손꼽히는 대표작이야. 특히 ‘게르니카’(1937년)는 조국 스페인 내전 당시 독재 권력인 프랑코를 지원하는 독일군의 공격으로 지방의 소도시 하나가 폐허가 되고, 도망치는 주민들이 무자비하게 학살되는 사건을 벽화로 그린 작품인데, 가혹한 정치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어.
세계의 많은 지식인들이 이 그림을 통해 스페인의 상황을 접하고, 독재에 저항하기 위한 총을 들었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그림이기도 해. 펜은 칼보다 강하다, 아니, 붓은 총보다 강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
우리나라 역사를 얘기하는 자리에서 웬 피카소 타령이냐고? 다 이유가 있지. 자, 오늘 얘기는 피카소의 그림 한 점을 보면서 시작하는 걸로 하자.
총과 칼을 든 것으로 보아 군인인 모양인데, 군인들이 발가벗은 채 아무런 무기도 가지지 않은 여자와 아이들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어. 심지어 배 속에 아이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여자도 있어. 품에 안겨 있는 갓난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 뒤로 숨으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해. 아마도 저 군인들은 저항도 하지 못하는 여자들과 아이들을 죽이려나 봐. 군인들을 마치 로봇처럼 표현한 것은 인정머리도 없는 철면피한이라는 의미일는지도 모르겠어.
어때, 살벌하지? 만일 하늘이랑 바다가 이 작품에 이름을 붙인다면 뭐라고 하겠니? 아마 어떤 제목을 붙인대도 ‘공포’ ‘죽음’ 같은 단어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겠지? 그래, 이 작품의 제목은 놀랍게도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ee)’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