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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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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티> ,

소녀, 담장을 넘어 세상을 만나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인생, 안과 밖이 다른 모순된 사회구조. 로라는 어리고 여린 순수한 자아의 알을 깨고 마침내 더 큰 인생을 만나는 기로에 선다. 사춘기 소녀 로라의 흔들림이 이토록 섬세하게 가슴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의 열정이 무뎌진 자리에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려고만 하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안일함이 자리잡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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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맨스필드라는 이름이 우리에겐 낯설지만, 20세기 대표적인 영국 여성 작가로, 서른넷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가든파티>는 죽기 직전에 쓴, 맨스필드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순진무구한 소녀 로라가 처음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존재와 죽음을 경험하면서 겪는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초여름의 어느 날, 주인공 로라는 가든파티 준비로 바쁘다. 수백 송이의 장미꽃이 피었고, 대문에서 현관까지는 붉은 칸나 화분이 늘어서 있다. 로라의 눈에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파티 준비를 위해 천막을 치러 온 일꾼들을 보며 ‘아 얼마나 멋진 일꾼들인가!’ 감탄하는 로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그날, 담장 밖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스콧이라는 젊은 짐수레꾼이 낙상하여 죽음을 맞게 된 것. 아내에다 아이가 다섯이나 있는 젊은 남자가 말을 타고 있었는데, 말이 견인차를 보고 놀라는 바람에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로라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 남자가 사는 마을은 로라의 집과는 단지 큰길 하나를 사이에 둔 가까운 거리였다. 물론 지리적 거리는 가까웠지만 그가 사는 마을은 “누더기 조각과도 같은 가냘픈 연기”가 오르는 누추한 곳으로 하층민들의 거주지였다. 그들은 결코 로라의 이웃이 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