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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예술 판소리》,

민중의 마음을 담은 예술, 판소리

우리 국악의 현주소? ‘주소 불명’이나 진배없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세계 곳곳의 음악 동영상들이 수없이 업로드되는 세상이다. 흑인의 혼을 담은 랩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소리, 판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건 그렇다쳐도 우리 민중이 즐겨온 ‘대중문화’ 판소리가 어떤 예술이었는지 알고 넘어갈 법하지 않나? 눈 밝고 귀 밝은 청년이라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창조의 광맥이 숨어 있는지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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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판소리와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지만 자세히 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가부키나 경극은 화려한 국극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반면, 우리 판소리와 탈춤에서는 그런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경극과 가부키의 배우들은 비록 천민 신분이었을지언정 향유 계층이 귀족이나 왕족이었기 때문에 휘황찬란할 수밖에 없었던 것. 

반면 판소리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과 같다. 고수와 목청 트인 소리꾼 한 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즐길 수 있다. 소품도 거의 필요 없다. 그래서 저잣거리에서도 돗자리 하나 펼쳐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들려주듯 판소리 한 자락을 늘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판소리처럼 여러 사람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의 문화는 자연히 먼저 민중의 마음을 대변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판소리의 예술적 성취는 놀랍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가락과 소리라는 음악적 표현 속에 민중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낸, 뛰어난 예술인 것이다.

《조선 최고의 예술 판소리》는, 고전으로서 지니는 판소리의 진정한 가치와 참된 의미를 판소리 다섯 마당을 중심으로 감칠맛 나는 문체로 소개한 책이다. 책의 첫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정노식 선생의 <조선창극사>에서 발췌한 내용을 토대로 소리꾼에 얽힌 여러 사연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일화 하나하나가 재미있다. 또한 판소리의 예술적 기교와 정신에 관해 쉽게 풀이한 다음, 판소리 다섯 마당인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