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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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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읽기

《정의란 무엇인가》,

짜장면과 짬뽕을 먹는 것중 어느 것이 더 정의로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답이 존재할 수 없는 질문처럼 느껴진다.
그럼 그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고3 수학여행을 강화도로 가는 것과 제주도로 가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정의로운가?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고3 담임선생님을 엄한 선생님이 맡는 것과 다정한 선생님이 맡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정의로운가?
정의란 때로 이렇게 말도 안 돼 보이는 질문의 정답을 찾으라는 위기에 직면한다. 정의로운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무작정 질문이 잘못됐다고 말할 것인가?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는, 열린 정답으로 대답을 마무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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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왜 고민해야 하는가?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많은 ‘확신’을 만난다. 그리고 그 확신에는 대개 ‘왜 확실한가?’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 여자는 집안일을 잘해야 한다는 믿음이 왜 확실한가? 우리는 왜 ‘병신, 머저리’라는 욕을 사용하고도 아무런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는가, 병신과 머저리라는 단어는 사용해도 되는 게 확실한가? 이 질문들의 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철학을 시작한 것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왜 어른에게 존댓말을 써야 하는가, 왜 결혼해야 하는가? 하물며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당연한 말조차 당연하다는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정의를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식을 친숙한 예시와 함께 생각해 보자.

☑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 

정의는 최대 다수가 최대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공리주의자들은 개인의 불행이 사회 전체의 행복에 기여한다면,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C고등학교의 A선생님과 B선생님은 비밀 연애를 하는데 어느 날 D반의 학생들에게 뽀뽀하는 모습을 들켰고, 그 이후로 둘의 연애는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A선생님 수업시간에 D반의 학생 중 한 명이 “선생님, 진도는 어디까지 나가셨어요?”라고 물어봤고, 뒤이어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의 대답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A선생님은 공리주의자다. 둘만의 관계에 대해서 어디까지 학생들에게 말해도 좋을지 B선생님과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모든 학생들의 호기심이 충족됐을 때의 행복의 총합이 B선생님이 느낄 당혹감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어젯밤 잠자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가? 여러 사람의 행복과 한 사람의 당혹감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을까? 단체로 한 학생을 괴롭히는 여러 학생들의 즐거움이 크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는 학생의 괴로움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고통, 분노, 슬픔, 기쁨, 행복, 편안함을 하나의 저울로 잴 수 있을까? 우리가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할 미덕이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 자유방임주의, 자유시장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