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과를 숨 가쁘게 마치고 나의 방으로 돌아온다. 온몸은 피로에 젖어 무거운데, 머릿속은 하얗고, 심장은 육중한 무엇이 내리누르듯 무겁다. 어제와 같은 오늘인데,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외로운 것도 같고, 고독한 것도 같고, 고립된 것도 같은…. 내가 사는 삶인데 왠지 내가 삶의 주인인 것 같지 않고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허무감이 엄습한다. 여러분들 역시 그럴 때가 있는가?
<타인의 방>의 주인공 ‘그’를 보자. 그는 젊은 남자로 아내와 둘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일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기다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내의 부재는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다.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핑계로 집을 비운 아내는 사실 그가 출장을 간 날부터 집을 비웠던 것. 아내의 허위를 깨달은 그는 절대의 고독과 고립감 속에서 서서히 하나의 사물처럼 변해간다. 그리고 돌아온 아내는 낯설고도 낯익은 물건인 ‘그’를 발견한다.
왜 그는 사물로 변해버려 아내에게 하나의 물건으로 발견된 것일까. 물론 소설에는 그를 이렇게 몰아가는 뚜렷한 원인은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떨 때 소외되었다고 느끼나?
무언가로부터 고립되어 있을 때, 혹은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일의 중심에 내가 있지 않고 다른 어떤 것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을 때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이, 일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관계의 핵심에 다른 것이 들어서 있다고 느낄 때도 많다. 가만히 인간관계를 보면 그 속에는 인간관계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