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지식 |
‘악법’이란 말은 모순적이다. 법은 정의 구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악할 수도 없고 악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실제로 악법이 있었다. 19세기 미국의 흑인차별법이나, 과거 한국의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데 사용했던 국가보안법 등이 대표적인 악법이다. 즉, 누가 봐도 ‘정의’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인정하기 힘든 법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악법은 계속 있어왔는데, 문제는 악법을 법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악법이라도 지켜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아무리 절차에 따라 만들어진 법이라도 약자에게 피해를 주고, 개인의 양심을 억압할 때도 과연 이 법을 지켜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나뉜다. 왜냐하면 법은 정의 실현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강제적인 규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법으로 정해진 것을 누구나 마음대로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어긴다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악법이라고 규정할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지금처럼 복잡한 사회에서는 악법을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악법이라고 할 때는, 법의 내용이 나쁜 경우인데, 어떤 법이 개인의 기본권이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특정집단에게만 유리하게 돼 있다거나, 소수자를 차별하는 등 보편적인 정의를 따르지 않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악법을 규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이성으로 판단했을 때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법칙을 위배하는 경우 악법이라고 한다. 이는 법보다 더 중요한 보편타당한 법칙, 즉 자연법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자연법은 관념에 불과하고, 현실적인 법규로 존재하는 실정법만 법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