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폭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북아메리카 대륙이다.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원래 에어컨 없이 무난히 여름을 날 정도로 쾌적한 곳이었으나, 2021년 6월 25일부터 유례없는 폭염이 찾아와 30일 49.6도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보통 49도가 넘으면 크레용이 녹고, 철길이 휘어지고, 아스팔트가 뭉개진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더위에 719명이 돌연사했는데(7월 3일 기준), 이는 이 지역 평균 돌연사 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건조해진 날씨로 인해 2021년 7월 4일까지 산불도 177건이나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도로가 녹아내릴 정도의 폭염으로 북서부 오리건주에서는 95명, 워싱턴주에서는 30여 명이 돌연사했다. 워싱턴주 보건부는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총 1792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고 그중 21%가 입원했다고 밝혔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 감염자 폭증 때보다 더 바쁘다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한 조개 양식장에서는 수백 마리의 조개가 폭염으로 입을 벌린 채 익어버리기도 했다.
유럽의 상황도 심각하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기온은 2021년 6월 23일 사상 최고치인 34.7도까지 올랐는데, 이는 1879년 이후 120년 만의 기록이다. 이탈리아·독일·오스트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밤낮으로 최고 기온을 경신하면서 열대야까지 이어져 주민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원조 산타 마을’로 알려진 북유럽의 핀란드 헬싱키마저 2021년 7월 4일 33.5도를 기록하면서, 1952년 6월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UAE·이란·쿠웨이트·오만 등 중동 국가에는 50도가 넘는 폭염이 2020년보다 한 달 정도 이른 6월에 찾아왔다. 6월 30일 인도 북서부의 수도 뉴델리와 주변 도시들의 기온 또한 평소보다 7도 이상 높은 40도 대로 치솟았다. 북반구가 기록적인 폭염으로 고통 받는 한편, 남반구에는 미지근한 겨울이 찾아왔다. 2021년 7월 6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겨울철에 접어든 뉴질랜드의 6월 평균 기온은 섭씨 10.6도였는데, 이는 1909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21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