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本末)이 전도되다’라는 말이 있어. 앞과 뒤가 뒤바뀌거나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뜻의 관용어야. 인간을 위해서,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한 일들인데 그것들이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거나 인간의 중요한 삶을 괴롭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돼. 이를 인간소외라고 해.
인간소외는 ‘왕따’나 ‘따돌림으로 인한 외로움’과는 관계가 없어. 인간소외에 대한 사전적인 풀이는 다음과 같아. ‘인간이 자기의 본질이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하여 창조한 문명이 도리어 방해물이 되어 진정한 자기를 상실하게 됨.’ 쉽게 말하면 ‘인간이 만든 것이 인간보다 더 가치있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인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말해. ‘비인간화’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어.
자, 그럼 인간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돈’이야.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 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가 있었어. 아파트 가격이 사람의 품위를 결정한다는 뜻이 스며 있는, 돈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보여주는 광고야. 돈만 있으면 조폭이든, 사기꾼이든, 성직자든 누구나 그곳에서 살 수 있으니, 돈이 인간의 품위를 정해주는 꼴이 됐어.
좋은 직업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의사나 변호사를 꼽을 거야. 그 직업이 정말 가치 있어서 꼽은 걸까?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 기준이라면 소방관도 빠질 수 없을걸? 소방관은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 속에도 뛰어들잖아. 의사들도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만 소방관은 기술과 지식이 아닌, 온몸을 던져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내.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너무나 많아.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가치 있는 일을 해서 좋은 직업을 꼽는 거라면 간호사도 마찬가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