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2
정치, 법
목록

전쌤의 법교실

국제법은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들

사람들은 막연히 국제사회를 총괄하는 어떤 법률이 존재하지 않을까 상상하지만, 하나 하나 따져보면 국제법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국제사회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인 만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이 존재한다.
image

세계 정부가 없으니 국제법도 없다

법은 국가라는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고 작동한다. 법은 국가를 이루는 기둥이고, 정부의 운영은 법을 통해 이뤄진다. 삼권 분립[1]은 나라 안에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판결하는 기관을 나눴다는 의미이다. 

만일 국제법이 있고 이를 지켜야 한다면, 그 주체는 각국 정부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각국 정부를 아우르는 세계 정부가 있어야 하지만, 세계 정부는 없다. 영화에는 가끔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군인들을 출동시키는 세계 정부가 등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없다. 정말로 외계인들이 UFO를 몰고 침략해 온다 해도, 전 세계의 군사력을 통합해 대항할 세계 정부 같은 기관은 없다.
누군가는 국제연합UN이 세계 정부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국제연합이 일정 부분 그런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다. 북한이 6.25 전쟁을 일으켰을 때 침략을 막는 국제연합군을 우리나라에 파병하기도 했다. 일종의 국제 경찰 역할을 한 것이다. 나중에 우리나라도 국제연합의 일원으로서 분쟁지역에 평화유지군을 보냈다. 

그러나 이런 역할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제연합이 국가 간 분쟁에 개입하는 경우는 인륜적으로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이고, 그나마도 강대국을 제재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자이든 아니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전제가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그런 전제가 없다. 강한 나라가 더 강한 권력을 갖는다. 

국제연합의 안전보장이사회에는 다섯 개의 상임이사국이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이다. 초기에는 중국 대신에 대만이 상임이사국이었다. 중국 대륙을 공산당이 장악하고, 자유 진영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난 상태에서도 한동안 대만이 상임이사국 지위를 유지했다. 법적 정통성은 대만에 있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륙을 장악한 것이 엄연히 공산당 정부였기 때문에, 결국 대만은 축출되고 중국이 상임이사국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국제연합이 국제사회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힘의 질서를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러시아는 소련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어받았다. 소련은 공산주의의 종주국으로서 지금은 독립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여러 민족들의 연합 국가였는데, 공산당 정부가 무너지면서 나라가 해체되자 공산 국가들의 큰 형님 노릇을 했던 러시아가 소련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물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