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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주권,

밥상을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하다

농부들은 해마다 봄이 오면 작년에 갈무리한 씨앗을 밭에 심었다. 어떤 종자를 파종용으로 남길지, 누구에게 나눠줄지, 농민들이 자유롭게 결정했다.
'농부는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 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다음 농사에 쓸 종자는 남겨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젠 그야말로 옛말이고, 옛일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해마다 돈을 주고 일회용 씨앗을 사야 한다. 배추, 무, 양파, 당근 등의 씨앗을.
이 단순한 변화가 무엇을 의미할까?
'종자주권'이라는 심각하고 어려워 보이는 용어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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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석류네 밭, 무 씨앗은 누구 것?

무 농사를 짓는 농부 석류는 ‘유레카’라는 종자기업에서 씨앗을 구매해 무를 심었다. 시간이 흘러 무를 수확했고, 석류는 내년 농사를 위해 무 씨앗을 남겨두었다. 질문 하나. 다음 해 농사를 위해 남겨둔 무 씨앗의 주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석류 소유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석류가 심었던 무 씨앗은 ‘유레카’라는 종자기업에서 개발해낸 종자여서 석류는 한해 농사를 마치고 씨를 받아 다시 사용할 권리가 없다.  

석류네는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으며, 종자를 사는 일은 할아버지 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확한 후에는 가장 여문 씨앗을 골라 다음 해에 심었다. 하지만 이제는 해마다 종자를 사야만 한다. 녹색혁명의 결과다. 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개발도상국은 굶주리게 되었다. 그러자 정부와 민간기업이 종자를 연구해 품종을 개량했고, 이를 농민들에게 보급했다. 새로운 품종으로 농사를 지으니 생산량이 급증했다. 이를 녹색혁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녹색혁명은 짙은 그늘도 드리웠다. 생산량이 늘어나니 가격이 내려가 오히려 농민 소득이 줄어들었다. 그리하여 농민들은 수확량을 더 높여줄 종자를 찾았고, 그 결과 전에 없던 종자 시장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후 농업의 산업화가 진행됐고, 세계적으로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각국에 밀려들었다. 농산물의 상품화를 위해 토지는 공장화되었고,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률을 높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특징을 갖춘 종자가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거대 종자기업은 생명과학 기술의 힘을 빌어 다양한 GMO 종자를 만들어내 특허권을 손에 넣었다. 농민들은 종자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종자주권의 뜻을 살펴보자. 종자는 씨앗을 말하고, 주권은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을 뜻한다. 따라서 종자주권은 “식물에서 나온 씨 또는 씨앗을 (어떻게 사용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