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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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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우리는 수레바퀴에 깔린 달팽이가 아니다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신학교에 입학한 모범생 한스 기벤라트. 한스는 그곳 신학교에서 천재적인 반항아 하일너를 만난다. 위의 인용글은 하일너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권위적인 기성사회, 교육제도 등을 냉소적으로 비웃으며 하는 말이다. 아니, 이 말을 100년 전의 젊은이가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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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기벤라트, 거울에 비친 헤세

“학교에 다니기 시작함으로써 나의 인간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어린아이였던 한 존재가 세속의 모습을 갖게 되었고, 이곳에서 ‘현실적인’ 삶의 법칙과 척도가 효력을 발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노력과 절망, 갈등과 의식, 불만족과 불화, 투쟁과 남을 위한 배려, 그리고 매일매일의 끝없는 쳇바퀴 같은 삶이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에 학교를 다닐 때에는 신의 존재라든가 영혼의 소재, 악마와 지옥 등에 대한 의문으로 인해 가끔 터무니없는 상념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들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모두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엄격한 교육제도 아래서 공부에 전념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위의 인용은 헤세가 한창 입시지옥에 있을 때를 회상하며 한 말이고, 아래 인용은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육성이다. 어떤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기술혁명의 시대에 있는 지금은 어떤가? 특히 한국사회의 공교육과 입시제도는 100년 전의 한스 기벤라트, 혹은 헤세가 겪은 일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70년대 말이었다), 헤세의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나르시스와 골드문트》는 읽는 내내 심장이 들썩였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1학년 독서토론을 했던 《데미안》은 솔직히 무슨 얘긴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지만, 참으로 근사하다는 기억만 남았고, 몇십 년의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 읽었을 때도 꽤 어려웠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