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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읽기

《투명인간》,

보이지 않는 순간 인간의 정체성을 잃다

지식에 대해 끝없이 추구해온 과학자 그리핀은 그 자신을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투명인간이라 가능할 기상천외한 이점을 꿈꾸었지만, 정작 세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보이는 사람들’ 다수의 세계에 내던져진 ‘괴물’일 따름이었다. 인간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은밀하고 사악한 본능을 들춰낸 ‘투명인간’. 고독하고 참혹한 그의 최후를 보며 자꾸 우리의 맨얼굴, 우리 인간사회의 맨얼굴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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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읽기

짐작 이상의 문제적 작품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의 동료이며,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할아버지였던 유명한 생물학자 토마스 헉슬리는, 과학적 지식에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단 걸출한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스승이다. 뭐, 이 사실이 그렇게 대단히 중요하냐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웰스라는 작가의 도드라진 탁월함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스쳐서고, 그의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위대한 과학자들과 호흡을 함께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아니, 그보다는 흔히 ‘SF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웰스가, 그 닉네임을 넘어서 얼마나 문학적으로 탁월한 작가이며,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세계사의 흐름을 간파한 깊이 있는 사상가인지 반드시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인간’이, 보이는 사람들 속을 활보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기괴한 재미를 선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웰스의 《투명인간》을 굳이 펼쳐보지 않는 이유는, 완역에 앞서 동화책으로 너무 많이 소개되었고, 오랫동안 갖가지 버전의 영화로, 만화로 널리 알려진 까닭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아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보이지 않는다는 익명성에 숨어서 은밀하고 사악한 내밀한 본능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괴물 이야기. 

사람들은 ‘투명인간’이 젊은 과학자 ‘그리핀’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핀이 왜 투명인간이 되었는지,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던 ‘투명인간’이 막상 ‘보이지 않게 된’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투명인간》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적 작품이다. 어찌 보면 대단히 심오할 것 없는 단순한 줄거리지만, 책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크고 작은 물음에 부닥치게 된다. 젊은 물리학자 그리핀이 투명인간이 되는 과정을 보다보면 앎(과학적 진리)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추구가 몰고 온 파국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투명인간’으로서 그리핀이 겪은 고초들은 소수자에 대한 다수자의 매몰찬 횡포와 폭력도 연상시키고, 자신의 비밀을 숨김없이 털어놓은 대학시절의 친구 켄트 박사의 배신을 보면서는 과연 그의 행동이 정당했는지 묻게 된다.